가루비 변신의 1년…경영권 지키기보다 회사 성장이 먼저
일반 제과시장의 40%를 차지한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의외의 발표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펩시콜라에 지분의 20%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가루비의 매출 중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이다. 사실상 국외 매출이 없다고 해도 괜찮은 매출을 보이는 내수전문기업이다. 이런 회사가 다국적 회사에 지분을 매각했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가루비가 전통적으로 가족경영을 지속해온 기업이란 점도 업계의 충격을 더하는 데 한몫했다.
가루비의 전직 사장을 지낸 다나카 야스오 씨는 “펩시콜라와 교류는 10년 전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지분 제휴는 19.9%가 한계일 것으로 여겼다”고 털어놓았다. 20%를 넘으면 펩시콜라에 흡수될 것이란 우려에 저항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사의 오너로 군림해온 마쓰오 가문의 반대가 심했다.
두 회사의 규모만 봐도 납득이 가능한 얘기다. 2009회계연도 가루비의 매출은 1464억5200만엔(약 2조원)이었다. 이에 비해 펩시콜라의 지난해 매출은 432억3200만달러(약 51조원)에 달한다. 무려 25배의 차이가 나는 회사니 불안감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염려에도 불구하고 20% 지분 매각이 이뤄진 것은 그만큼 가루비의 사정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자금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가루비 입장에서는 향후 성장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국외시장 공략을 위해 펩시콜라가 필요했던 것. 매각 지분이 20%까지 늘어난 것은 펩시콜라 측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한국과 같이 일본에서도 지분율이 20%를 넘어야만 지분법 평가대상이 된다. 즉 가루비의 실적이 펩시콜라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마지노선이 20%라는 얘기다.
또 펩시콜라의 국외 농장 등을 통해 향후 생산에 필요한 재료들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가루비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펩시콜라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 2.6%에 불과한 일본 내 제과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루비를 택했다.
양사의 이해득실이 맞아떨어지며 전격적으로 성사된 20% 지분 출자 후 1년이 지난 지금 가루비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가루비 경영의 큰 틀인 ‘오너 경영’이 사라진 것이다. 당장 외부에서 경영진을 영입했다. 기존의 경영 방식을 생각한다면 파격에 가까운 일이다. 회사 측의 새로운 경영진이 내건 모토는 ‘전 직원 경영’이다.
직원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이자는 의미다. 모토가 바뀌었다고 얼마나 달라졌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현장에선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반응이다.
예를 들어보자. 가루비는 지금까지 업계의 저가판매 경쟁과는 선을 그어왔다. 당장 제품에 대한 자신이 있으니 가격인하는 하지 않겠다는 것. 그러나 지금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 가격인하를 주도하고 있다.
마쓰모토 아키라 회장은 “좋은 제품의 체면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회사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다. 그는 현재 6.5%에 머물러 있는 매출영업이익비율을 4년 후까지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기존 가루비 영업의 특징도 다 바꾸고 있다. 일례로 지금까지 판매장을 돌며 감자칩의 신선도를 확인해오던 ‘신선도 확인반’도 줄였다. 궁극의 집요함으로 요약되는 일본 기업 특유의 철저함을 버린 것이다.
잡지는 가루비가 새로운 변화를 통해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 기업의 미래에 희망이 있음을 독자들에게 확인시키고 싶어 하는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닛케이비즈니스의 기대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몇 년을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그동안 절대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지분 매각까지 나서며 일본 기업들이 변화하려 한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도 주목할 대목이다.
Nikkei Businessⓒ 7월 26일자 기사 전재
[정욱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woo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68호(10.08.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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