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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지하철 여성 전용 칸"이 있었다!

2010. 12. 15. 10:29
어떤 분야에서든 남녀의 성차별은 전근대적인 악덕인 것이다. 한데 정신적으로 미숙한 몇몇 사나이들의 부도덕한 성적 희롱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전철에 여성전용 칸을 둔다는 결정은 큰 시대의 흐름에 역류하는 것이 된다. 빈대가 있으면 잡아버려야지 이를 버리고 셋방살이 가는 격이요, 사내놈들 쳐다보는 것이 싫다고 개화기 때 둘러쓰고 다녔던 장옷을 꺼내 입고 다니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시대를 역류하는 이 여성전용 칸을 두고 외국 신문이 해외 토픽란에서 흥밋거리로 다루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국 남성들이 얼마나 변태적이고 음흉하기에 여성 전용 칸까지.... 하는 국제 망신까지 자초한 셈이다. - 이규태 코너 1992.11.29

성추행, 폭행은 잘못이다. 그래서? 지하철 여성 전용 칸을 있다?

이에 앞서 그 해(1992) 7월에 한 여성은 경향신문에 이런 내용을 투고했다. "지하철 성폭력이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어 지하철 교통관계 기관에게 건의하고 싶은 말이 있다. 차량 출입문 가운데 한 개를 여성전용 입구로 만들어주시면 여성들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안심하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강력하게 건의한다."라는.

- 일찍이(1993) 있었던 "지하철 여성 전용 칸"

그 해 12월부터 철도청에서는 <여성 전용 칸>을 1호선 수원~청량리 및 부천~청량리 구간에 시범 "실시하겠다!"고 못을 박았었고, 서울시에서는 "안돼!"하며 극구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철도청의 설명을 들어보면 여성 전용 칸은 전철(10량 편성)의 앞뒤 1량씩 2량으로 여성전용이라는 청색 글씨 안내판을 붙이는 것이었다. 실제로 다음 해 2월부터 철도청은 전철 앞뒤 1량씩 2량에 "여성 노약자 전용"이라는 안내판을 붙이고 시행되었지만, 인천에 사는 한 40대 한 여성은 드문드문 남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20대에서 40대 남자들까지 이 칸에 난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구렁이 담 넘듯이 여성전용 칸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오늘 철도청에 확인을 해봐도 안내원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왜 없어졌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슬그머니 없어졌어요."라고. 2007년에 다시 지하철 여성전용 칸이, 2008년에는 버스에도 여성전용 좌석이 설치될 계획이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왜 무산됐을까.

- 세계 속의 여성 전용 지하철

그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오늘 날, 세계 곳곳의 나라에서는 성추행과 문화적인 이유로 지하철 여성전용 칸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여성전용 지하철


이웃나라 일본은 올 해 11월, JR 서일본(西日本)은 치한 등 여성에 대한 폐를 끼치는 행위 대책 때문에, 평일의 조석 러쉬때로 한정하고 있던 오사카 순환선이나 토카이도선 등 8노선의 여성 전용 차량에 대해서, 내년 봄부터 토, 일, 휴일을 포함한 매일, 시발로부터 막차까지 운행한다고 발표했다.

2009년 인도는 남성들에 의한 성추행이 빈발하고 여성들의 불만이 커짐에 따라 뉴델리, 뭄바이, 첸나이, 콜카타 4개 대도시에서 '레이디 스페셜'이라는 여성전용열차 8편을 출퇴근 시간대에 운행하기 시작했다. 모든 지하철 차량 가운데 한 칸을 여성 전용으로 지정하고 남성들의 탑승을 금지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AFP통신에 따르면 이 여성 전용 칸에 남성이 탑승하자 여성들에게 뺨을 맞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수난을 당하는가 하면 벌금으로 250루피(6,230원)를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의 여성전용 지하철

이집트에도 지하철에 여성전용 칸이 있지만 인도처럼 성추행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집트는 전체 인구의 90%이상이 무슬림이다. 이슬람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유별해야 하며, 특히 여성의 경우 히잡(시리아·터키 등 아랍권의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기 위해 쓰는 쓰개)을 써야하는 등 극도로 노출을 줄여야 한다. '여성전용 칸' 역시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여성이 일반 칸에 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남성만이 여성 전용 칸에 못 탈뿐, 여성은 여성 전용 칸과 일반 칸, 어디에도 탈 수 있다. 여성 전용 칸에 거리낌 없이 드나들 수 있는 남자는 '잡상인'들 뿐이다.

- 여성단체는 왜 반대했을까.

요즘은 시대가 시대인지라 성추행이나 폭행 사건도 말이나 글 따위가 아닌 '동영상'으로 전달이 된다. 옛말에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인데 그래서 '동영상'으로 퍼지는 사건, 사고들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대단히 크다. 얼마 전, 지하철 성추행 사건도 그렇고 지하철에서 남성이 이유 없이 여성을 폭행하고 도망치는 사건도 그렇고. 그런데 희한한 것은 다른 나라처럼, 1992년 어느 여성처럼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여성 전용 칸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8년에도 여성 성추행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설치를 추진 중이던 여성전용 칸이 불발에 그쳤는데 그 이유가 여성단체의 반대 때문이었다. "여성 전용 칸을 설치한다고 여성 성추행 사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의식 구조가 달라지고 있는 건 아닐까. 정확히 말하면 여성 사회도 활발해지고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엔 '무의식'이 존재하는 것 말이다. 성추행에 대한 무의식. 사건이 터지면 사회가 경악한다. 요즘은 사건이 퍼지는 속도도 트위터 등등을 통해 훨씬 빠르다. 그런데 그 열기가 식는 것도 그만큼 빠르다는 것이다. 어느 개인만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민 대다수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아닐까. 아니, 두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잊어버리는----------.

배를 타고 건너다가 실수로  어느 양갓집 규수가 뱃사공에게 손목을 잡혔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익사하는 경우도 있었던 그 옛날 우리나라 여성이 아닌 현대의 여성이라 함은 주장이 또렷하고 강하며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여성이다. 더 이상 참하거나 내숭을 지조로 하는 여성들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여성들이 성추행에 있어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여성들이 강해져야

얼마 전, 지하철에서 성추행 피해자도 자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자고 있는 여성"을 성추행한 것이 아니라 "성추행에 대한 의식이 없는 여성"을 성추행한 것이다. 겁이 났던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사회는 그 여성에 대한 걱정과 동정이 앞섰지만 사실은 성추행을 가한 남성보다 거기서 당당히 빠져나오지 못한 그 여성이 더 질타를 받았어야 마땅하다. 누누히 외치는 "남녀평등"을 위해서는. 아직도 불만족이라고 말하는 그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자들이, 사회가 약해져야 하는 게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 보다 당당해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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