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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인사, 보수 언론도 등 돌렸다

2010. 8. 29. 00:17

미디어오늘 2010년 08월 27일 (금) 15:35:11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여의도 정치' 특유의 힘 겨루기가 시작됐다. 언론법 대치 당시 여야가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대치했다면 이번에는 치열한 머리싸움이다. 어느 쪽 정치력이 더 뛰어난지 자웅을 겨루는 모습이다. 양쪽의 실질적인 수장은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도 유명하다. 두 사람 모두 '막후 협상'을 통한 조율 경험이 많다. 여야 모두 쉽지 않은 과제인 '8·8 개각' 후속처리를 놓고 양쪽이 머리를 맞댔다.

한나라당은 26일 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살리고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를 '사석'으로 내놓는 작전을 민주당 쪽에 제의했지만, 박지원 원내대표는 역공을 취했다.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박지원 원내대표는 27일 공개 석상에서 "어떤 경우에도 야당은 원칙과 명분을 지켜야한다"면서 "어떻게 총리직이 정치적 거래로 인준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쪽 제의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셈이다.
이는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정치적 협상으로 엉킨 실타레를 풀고자 했던 한나라당만 난감한 상황이 됐다. 한나라당 시도는 언론도 대놓고 옹호하기 어려운 '원칙의 훼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역공을 취하는 상황도 곤혹스럽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8·8개각' 후속처리에 대한 기류가 다른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나라당이 모두 안고 가기에는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가 너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언론법 당시 그랬던 것처럼 힘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겠지만, 6·2 지방선거 참패가 아른거리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혹독한 심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을 더욱 고심하게 하는 상황은 언론이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언론법 사례처럼 보수신문이 여당을 지원해주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보수신문을 포함한 언론 거의 대부분이 한나라당을 매섭게 꾸짖고 있는 상황이다.

▲ 문화일보 8월27일자 사설


평소 한나라당 행보에 우호적인 논조를 보였던 언론까지 예외가 아니다. 문화일보는 27일자 사설에서 "당당하게 표결 처리에도 올리지 못할 총리 후보자가 설령 동의안 절차를 통과했다 해서 내각을 통솔하고 국정 운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원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호 국무총리에 대한 거취 문제를 지적한 내용이다.
 
문화일보의 이러한 주장은 구구절절이 옳은 내용이다. 조선일보도 24일자 <여권, 이런 인사 밀어붙이고 뒷감당 자신 있나>라는 사설에서 "임명을 강행하면 당장 이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반감이 불러올 역풍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여권이 그래도 그들을 그대로 안고 가겠다면 말릴 방법은 없다. 그러나 여권은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이 무슨 사건과 만나 어떤 회오리바람을 잉태할 것인지, 또 그런 사태 앞에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지를 숙고해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8월27일자 사설


차분한 어조로 '조언'을 하고 있지만, 주장에 담긴 내용은 한나라당이 흘려 들을 수 없는 중요한 내용이다. 중앙일보는 27일자 <'죄송청문회'와 국가의 기강>이라는 사설에서 "대통령은 앞으로 인사검증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는데 중요한 건 앞으로가 아니라 지금"이라며 "정권은 유한하고 국가는 무한하다. 심각한 거짓을 말하고 위법을 반복한 인사가 청문회를 거치고도 정부 한가운데 앉으면 그 국가에 영이 제대로 서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이 등을 돌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정부의 도덕성에 대해, 검증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평소 비판하던 언론이 또 비판하면 그러려니 하지만 평소 감싸주던 언론이, 변론하던 언론이 비판의 대열에 동참하면 더 아플 수밖에 없다. 8월27일로 예정됐던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 문제도 9월1일 본회의로 연기됐다.

▲ 중앙일보 8월27일자 사설

야당은 8월27일 여당의 국무총리 인준안 강행처리 움직임을 저지하는데 일단 성공했다.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언론법 개정도, 4대강 사업도 '밀어붙이기'를 선택했던 여권이지만 언론이 등을 돌린 현실에서 인사청문회 후속처리문제에 있어 '힘의 논리'를 앞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화일보 8월27일자 사설에는 청와대가 경청해야 할 내용이 담겨 있다.
 
"도덕적 하자가 발견된 장관급 후보자들은 자진 사퇴하거나 이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 온당한 선택이다.…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수의 논리에 함몰돼 정치 공학적 발상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국민 신뢰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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