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비 변신의 1년…경영권 지키기보다 회사 성장이 먼저

2010. 8. 27. 15:53

일본의 제과업체인 가루비(Cal bee). 한국에서는 새우깡의 원조 제품인 ‘갓파에비센(かっぱえびせん)’을 만든 회사로 알려졌다.

일반 제과시장의 40%를 차지한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의외의 발표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펩시콜라에 지분의 20%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가루비의 매출 중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이다. 사실상 국외 매출이 없다고 해도 괜찮은 매출을 보이는 내수전문기업이다. 이런 회사가 다국적 회사에 지분을 매각했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가루비가 전통적으로 가족경영을 지속해온 기업이란 점도 업계의 충격을 더하는 데 한몫했다.

가루비의 전직 사장을 지낸 다나카 야스오 씨는 “펩시콜라와 교류는 10년 전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지분 제휴는 19.9%가 한계일 것으로 여겼다”고 털어놓았다. 20%를 넘으면 펩시콜라에 흡수될 것이란 우려에 저항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사의 오너로 군림해온 마쓰오 가문의 반대가 심했다.

두 회사의 규모만 봐도 납득이 가능한 얘기다. 2009회계연도 가루비의 매출은 1464억5200만엔(약 2조원)이었다. 이에 비해 펩시콜라의 지난해 매출은 432억3200만달러(약 51조원)에 달한다. 무려 25배의 차이가 나는 회사니 불안감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염려에도 불구하고 20% 지분 매각이 이뤄진 것은 그만큼 가루비의 사정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자금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가루비 입장에서는 향후 성장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국외시장 공략을 위해 펩시콜라가 필요했던 것. 매각 지분이 20%까지 늘어난 것은 펩시콜라 측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한국과 같이 일본에서도 지분율이 20%를 넘어야만 지분법 평가대상이 된다. 즉 가루비의 실적이 펩시콜라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마지노선이 20%라는 얘기다.

또 펩시콜라의 국외 농장 등을 통해 향후 생산에 필요한 재료들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가루비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펩시콜라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 2.6%에 불과한 일본 내 제과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루비를 택했다.

양사의 이해득실이 맞아떨어지며 전격적으로 성사된 20% 지분 출자 후 1년이 지난 지금 가루비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가루비 경영의 큰 틀인 ‘오너 경영’이 사라진 것이다. 당장 외부에서 경영진을 영입했다. 기존의 경영 방식을 생각한다면 파격에 가까운 일이다. 회사 측의 새로운 경영진이 내건 모토는 ‘전 직원 경영’이다.

직원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이자는 의미다. 모토가 바뀌었다고 얼마나 달라졌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현장에선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반응이다.

예를 들어보자. 가루비는 지금까지 업계의 저가판매 경쟁과는 선을 그어왔다. 당장 제품에 대한 자신이 있으니 가격인하는 하지 않겠다는 것. 그러나 지금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 가격인하를 주도하고 있다.

마쓰모토 아키라 회장은 “좋은 제품의 체면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회사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다. 그는 현재 6.5%에 머물러 있는 매출영업이익비율을 4년 후까지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기존 가루비 영업의 특징도 다 바꾸고 있다. 일례로 지금까지 판매장을 돌며 감자칩의 신선도를 확인해오던 ‘신선도 확인반’도 줄였다. 궁극의 집요함으로 요약되는 일본 기업 특유의 철저함을 버린 것이다.

잡지는 가루비가 새로운 변화를 통해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 기업의 미래에 희망이 있음을 독자들에게 확인시키고 싶어 하는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닛케이비즈니스의 기대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몇 년을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그동안 절대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지분 매각까지 나서며 일본 기업들이 변화하려 한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도 주목할 대목이다.

Nikkei Businessⓒ 7월 26일자 기사 전재

[정욱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woo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68호(10.08.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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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감자칩` 히트 제조기 日가루비…원료감자 재배 방식까지 바꿔

2010. 8. 27. 15:49


농심 '새우깡'의 원조가 일본 제과업체 가루비(Calbee)의 '갓빠에비센'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루비는 1964년 새우가 첨가된 갓빠에비센을 개발했고, 농심은 이를 참고해 1971년 새우깡을 내놓았다. 새우깡이 한국에서 국민과자로까지 불리듯이 갓빠에비센은 일본에서 장수 히트상품의 명성을 지금도 유지한다.

가루비는 일본 제과시장에서 히트제조기로 유명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감자칩이다. 가루비의 감자칩 생산량은 1일 208만봉지로 연간 매출액 540억엔(약 7500억원)에 달한다. 경쟁업체인 메이지제과(80억엔) 제품의 약 7배다. '포테이토 칩'이란 상표를 사용하는 가루비의 감자칩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낵이다.

뿐만 아니다. 스틱 형태의 감자칩인 '자가리코'와 '자가비'는 각각 연간 매출 250억엔과 56억엔(2009년 기준)을 자랑한다. 일본 제과시장에선 연간 20억엔어치만 팔려도 히트상품이다. 일본 제과시장 점유율 40%로,메이지제과(50%)에 이어 2위인 가루비가 히트상품을 줄줄이 내놓는 비결은 무엇일까. 한번 내놓은 상품은 팔릴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개선의 개선을 거듭하는 소위 '근성 경영'이란 분석이다.

◆안 팔린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가루비 스낵의 잇딴 히트 비결에 대해 마쓰모토 아키라 회장은 최근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에 충실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철저히 시장조사를 하고, 신상품 아이디어를 짜내서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세스는 다른 회사와 다를 게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 건 이런 기본 작업에 집념을 쏟았다는 점이다.

특히 한번 내놓은 상품은 팔릴 때까지 개선에 개선을 거듭한다는 게 가루비의 원칙이다. 대표적 사례가 '자가리코'.가루비가 이 제품을 처음 시판한 건 1994년.당시 이름은 '자가스틱'이었다. 스틱형 감자(일본말로 '자가') 스낵이란 뜻에서다. 개발기간만 3년 이상 걸린 야심작이었다. 그러나 자가스틱은 처음에 거의 팔리지 않았다.

이 때부터 가루비의 근성이 발휘됐다. 가루비는 왜 안 팔리는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다. 결론은 포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났다. 상자형 종이포장을 열면 감자 스틱이 반토막 난 경우가 허다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진은 감자 스틱의 길이를 아예 절반으로 줄이고, 포장도 강도가 높은 종이컵으로 바꿨다. 또 감자스틱이 사각형이어서 입안에 상처가 난다는 소비자 불만에 따라 형태를 원통형으로 개선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히트상품인 자가리코다.

가루비는 신제품을 판매하면 13주일 후에 '13주 리뷰'라는 회의를 연다. 문제점 도출 회의다. 시판 후 3개월이면 소비자 반응은 명확히 드러난다. 그 중에서 불만들만 모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는 게 '13주 리뷰'회의다. 이런 회의는 한번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 불만이 접수될 때마다 상품개발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댄다. 전국 7곳의 고객상담실에 상주하는 상담원들은 불만이 접수되면 즉각 고객을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부스러지지 않는 감자칩?

가루비는 2008년 '부스러지지 않는 감자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소비자 모니터링 결과 감자칩의 불만 중 하나는 포장을 뜯었을 때 적지 않은 감자칩이 부스러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걸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게 '부스러지지 않는 감자칩'프로젝트다. 연구 끝에 가루비는 두 가지 개선점을 찾아 냈다. 첫째,공장 내 생산과정에서 감자칩이 부서지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둘째,원료인 감자의 크기를 균일하게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자의 크기가 클수록 감자칩이 부스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루비는 생산공정을 개선했다. 감자를 썰고 튀기는 가공과정 중 감자칩이 기계에서 떨어지는 낙폭을 최소화했다. 다음엔 균일한 크기의 감자를 공급받기 위해 감자 재배농가를 설득했다. 감자를 심을 때 간격을 균일하게 하고, 수확할 때 감자에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까지 개발해 지도했다.

마침내 '부스러지지 않는 감자칩'프로젝트는 성공했다. 개선 결과 봉지당 부스러진 감자칩의 수를 종전의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원료인 감자 하나하나, 감자칩 한 개 한 개에도 정성을 다하는 가루비식 근성 경영의 결실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가루비가 원료인 감자 재배방식까지 개선했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했던 건 가루비가 원료로 쓰이는 감자 전량(연간 22만t)을 계약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루비는 일본 제과업체 중 유일하게 감자칩 전용 감자를 계약 재배한다. 홋카이도 등 전국의 감자 계약재배 면적은 6700㏊로 도쿄시보다 넓다. 재고관리 등 취급이 어려워 다른 제과업체는 꿈도 못 꾸는 감자 계약재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가 주도적으로 제품개선을 하려면 원재료부터 최종 생산까지 직접 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루비 관계자)

◆'감자칩은 신선식품이다'

감자칩의 '신선도'를 추구하는 것도 가루비만의 특징이다. 가공식품인 감자칩에 신선도가 왜 중요할까. 가루비는 감자칩도 신선식품이란 생각이다. 신선도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신선도가 높을수록 칩 표면의 기름이 산화하지 않아 본래의 고소한 맛이 유지된다. 이를 위해 가루비는 제조일로부터 45일이 지난 상품은 팔지 않는다는 내부 원칙을 갖고 있다.

감자칩의 유통기한은 제조 후 4개월이다. 하지만 한 달 반이 지난 제품은 판매점에서 직접 회수한다. 이를 위해 200여명의 계약직 주부사원을 고용,전국 소매점에서 팔리는 가루비 감자칩의 제조일자를 조사하고 있다. 45일이 지난 감자칩이 진열된 것이 확인되면 즉각 제품을 회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조금이라도 신선하고 맛있는 감자칩을 고객들이 맛보게 하고 싶다"는 집념도 근성 경영의 한 단면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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