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아, 잘 있어라. 6번은 간다.

2009. 4. 26. 20:25

뜬금없이 웬 수수께끼 같은 소리인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왠지 씁쓸함이 남는 60대 노부부의 현실을 풍자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안씨 부부는 평생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뒷바라지했다. 농사일은 고되고 살림은 빠듯했지만 이들은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학교 다니는 내내 우등생 자리를 놓치지 않은 믿음직한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바람대로 장남은 서울의 일류 대학에 입학했고, 안씨 부부는 이들의 비싼 등록금을 대기 위해 논밭을 팔아 가면서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장남은 그 집안의 자랑이자 희망이었기에.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에 보답하듯 아들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서울의 어느 대기업에 입사했다.


몇 년 뒤 결혼한 아들은 안씨 부부에게 귀여운 손자 녀석을 안겨 주었다. 아들 내외는 1년에 두 번 명절에나 잠시 얼굴을 비칠 뿐 평소에는 회사일이 바쁘다며 가끔 전화로만 안부를 물을 뿐이었다. 대기업의 과장이니 오죽 바쁘랴.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안씨 부부는 손자를 보고 싶어 직접 서울로 올라왔다. 며칠 쉬면서 오랜만에 손자 얼굴도 실컷 보고 아들 내외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리라는 안씨의 소박한 꿈은 그리 오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아들집에 온 다음날, 아들은 주말에도 골프 접대를 해야 한다며 새벽같이 나가 버렸고, 손자 녀석은 자기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에 열중했다. 며느리도 첫날과는 달리 시부모를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결국 다음날 새벽 안씨 부부는 아들 내외 모르게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뒤늦게 부모님의 낙향을 알게 된 아들 내외가 발견한 것은 거실에 남겨진 메모지 한 장뿐이었다. ‘3번아, 잘 있어라. 6번은 간다. ‘. 한참을 생각해 봐도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님, 메모지에 남긴 게 무슨 뜻입니까?”

“음. 그거 말이냐…….”

아들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은 안씨는 긴 호흡을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너희 집에 가서 보니 너희 집에는 중요한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져 있더구나. 1번은 손자 녀석이고, 2번은 네 부인, 3번은 바로 너다. 그리고 너의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이 4번, 가정부가 5번, 그 다음 6번이 우리 부부더구나.”

안타깝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네 슬픈 현실이다. 예전에는 자식 농사만 잘 지으면 노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자식이 제아무리 효자이고 부모 공양을 잘하고 싶어도 세상 여건이 따라 주지 않는 것이다.


- 대한민국 3040 노후재테크 독하게 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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