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외국 반응이 극찬이라는 "허위 보도"
"뿌리 깊은 나무" 드라마를 통해 한글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기사를 반기고 싶은 마음보다 '아. 우리나라 언론들, 또 한 건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어디서 촉발한 가십거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인터넷에 뉴스를 띄울 수 있는 모든 매체가 나서서 기사 옮기기에 열 올리는 추태를 또 보여주는 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 해외 학자와 교수님들도 본방 사수?
시카고대학의 J.D 맥컬리 교수 역시 “한글날은 모든 언어학자들이 기념해야 할 경사스런 날”이라며 한글날을 언급했으며, 1938년 노벨 문학상수상자이며 소설 ‘대지’로 유명했던 미국의 여류작가 펄 벅도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이다. 세종은 천부적 재능의 깊이와 다양성에서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위에 언급된 내용들은 모두 2005년~2009년 사이에, 또는 그 이전에 나왔던 말들입니다. 2005년 당시 기획처 장관의 말에 따르면 "시카고대학의 J.D 매컬리 교수는 한글날이 모든 언어학자들이 기념해야 할 경사스런 날이라면서 매년 한글날 강의를 중단한 채 집으로 학생들을 불러 파티를 연다."고 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니 이는 얼마나 국가적으로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그런데 언론에서는 "경사스런 날"까지만 보도를 하고 파티를 연다는 말은 쏙 빼버렸습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위 말들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위 교수와 학자들이 극찬했다는 말의 신빙성이 아니라 마치 그들이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를 보고 극찬한 것처럼 언론이 포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가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처럼 포장이 될 것이고, 이는 시청률 상승이나 드라마가 한류 열풍으로 이어지는데 한 몫을 할 겁니다. 그 결과는 연말 시상식에서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말입니다. 어처구니없게도 말입니다.
- "한글"이 우수하다는 근거 제시?
국제특허협력조약 국제 공개어로 채택된 것은 한글의 우수함 때문에 아니라 세계 4위의 특허 출원국이자 세계 5위의 PCT출원국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뒤늦게 한국어가 채택된 겁니다. 또한 '세종대왕 상' 역시 한글의 우수성 때문에 제정된 상이 아닙니다. 이 상은 1989년 우리나라가 유네스코에 제의해 이듬해 1990년부터 세계의 문맹률을 낮추는데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참고로 상금 3만 달러는 우리정부가 출연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수상자를 보더라고 각 나라 또는 세계의 문맹퇴치에 기여한 분들이지,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거나 이에 기여한 분들이 아닙니다.
- 지나가는 말.
유네스코에 한글이 등재됐다고 합니다. 한글이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이 등재된 것이고 또한 '한글의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고서'로써 인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2001년 MBC에서 한글날 특집으로 방영한 "한글, 라후 마을로 가다" 편은 대부분이 연출된 내용으로 사실과 크게 다릅니다. 그런대도 유네스코의 한글 홍보 동영상을 보면 중간에 태국 라후족에 한글이 보급되었다는 내용이 삽입돼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나서서 수정을 해야 하는 부분인데 방관하고 있습니다.
한글이 ‘과학적’이라는 말도 불분명합니다. 한글이 ‘과학적’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이는 정부에서도 인정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만 지금 그 기사를 찾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모든 언론사가 나서서 가십으로 다룬 경우가 아닌 어느 특정 언론사가 소신 보도한 내용으로 짐작됩니다. 혹시 이 기사의 출처나 내용을 기억하시는 분은 연락주시기 부탁드립니다. pencils@hanmail.net / 카톡 realpencils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