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사라진 쉼터, 그 곳.

2011. 11. 9. 11:33

34년을 매일 지나는 곳. 칠성이라고 적혀져 있는 냉장고를 기준으로 왼쪽은 담배와 간단한 식료품 가게, 오른쪽은 국밥집이고 노란 판자를 덧씌운 쉼터 바로 앞은 버스 정류장이다. 어릴 적엔 이 곳, 쉼터를 지키던 붉은 볏을 자랑하는 수탉이 한 마리 있기도 했다. 닭의 수명이 짧은 탓인지, 그래도 기억으론 꽤 오래 이 곳을 지켰다. 올 해 들어서 쉼터가 사라졌다. 나무로 만들어진 판자에 다리를 붙이고 노란 판자를 입고 있던 쉼터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아주머니, 이 앞에 노란 장판 치우신 건가요?'
'네, 별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서 버렸어요.'
'아주.. 버린 건가요? 오래 전부터 있었었는데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이 동네도 참 많이 변했다. 동네가 재개발이 되면서 사람이 북적이던 시장 골목이 사라지고 그 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단독 주택은 거의 사라지고 이제 대부분이 빌라로 바뀌면서 도시 미관은 예전보다 깨끗해진 것 같지만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길이며 눈길이 잘 눈에 띄질 않는다.

아직까지 재개발이 되지 않고 있던 이 곳도 갑자기 사라진 쉼터를 시작으로 재개발이 될 것 같다. 우연찮게 찍어둔 이 사진 한 장이 어느 날 과거에 대한 ‘기록’이자 ‘회상’이 돼버린다. 지금 이 곳은 도로도 다시 깔고 쉼터가 있던 자리는 철제로 된 커다란 파라솔이 대신하고 있다.

Pencils Pencils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