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미국 연설문 美로비업체에게 거액주고 대리 작성 의혹.
7~8년 구청에서 공공근로를 하면서 눈여겨 본 것이 하나 있다. 국장급 이상이 구청간부회의를 하거나 구청장이 외부 인사들을 초대해 회의를 진행할 때에 그들이 읽는 연설문을 누군가 작성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것의 토대는 그것을 읽는 그들이 마련해 주었을 수도 있겠지만, 참 아이러니한 것이 그 연설문을 읽는 내내 연설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치 국어책이라도 읽는 듯 말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그는 1시간이 아닌 1분도 채 그 연설이나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을 지경으로 말이다.
이런 것은 뉴스에서도 국회의원들의 모습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연설문을 보좌관이 작성을 하던 누가 작성을 하던 그건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누구나 다 그렇게 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것이 관행이 돼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 드라마 '24시'에 보면 대통령 연설문을 그 나라 보좌관이 작성한다. 대통령이 그 연설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차례 피드백이 이뤄진다. 대통령과 보좌관 사이에서 연설문을 두고 말다툼이 나기도 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을 종종 본다. 그는 다른 고위직 관료들과 달리 책을 읽지 않는다. 주어진 연설문을 고개 숙여 보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전문을 다 외우는지는 몰라도 즉흥에서 생각해서 말하는 것 같은 인상이고, 연설하는 것을 보면, 토론하는 것을 보면 정말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경제 이 분야, 저 분야 모든 걸 꿰뚫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점은 참 마음에 들었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오늘 아래와 같은 뉴스를 접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 상공회의소 연설문 계약서 사본. 미 법무부 FARA 발췌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美의회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을 봤을 때 '참 꼬리 잘 흔드네.'라는 인상이 깊었지만 그것이 힘없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봤을 때 국가와 국가 간의 경제협력에 있어 최선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당시 모든 언론사는 다음과 같은 비슷한 기사를 쏟아내기가 바빴다.
美의회 연설에서 기립박수 받는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한미 FTA 양국 관계 새로운 장 열어'...미 의원 기립박수"
"기립박수 5차례..연설 뒤 미 의원들 사인 공세"
"美의회 연설서 5차례 기립 박수, 국빈 오찬에 250여명 초청 '매머드 행사'"
"美 의회에서 '스타'가 된 MB"
이쯤에서 오늘 한겨레신문 기사를 하나 보자.
MB에 기립박수 친 미 의회…사실은 동원됐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 블로그에 당시 미국 의회 풍경 전해
“의회 빈자리는 의원보좌관 또는 한국대표단으로 채워져”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501109.html
이 기사 내용을 토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美의회 연설에 대한 보도 자료를 다시 작성해 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날(14일) 연설을 낭독하면서 45차례 박수와 5차례의 기립박수도 받았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 출범 후 국가원수로써는 전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전례 없는 일이 또 다른 게 있다. 이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가 원수로써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하나는 美의회 당시 의원 좌석이 많이 비었었는데 이에 발 빠르게 우리나라 수행원들과 美의원 보좌관들이 빈 자리를 메웠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가 이명박 대통령의 美의회 연설문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의 한 로비업체에 의뢰, 5개의 연설문 초안을 작성하는 비용으로 5,200만 원을 지급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가관인 것은 미국 의회 연설 뒤 참전용사출신 의원에게 거수경례를 해 박수를 받은 것조차도 그 업체의 충고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엘리트로 이루어진 보좌관들 중에 그만한 연설문을 작성할 인재 하나 없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그 연설을 두고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자리였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45차례 박수, 5차례의 기립박수는 그런 의미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