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복지가 완벽한 나라에서 노인 빈곤률, 자살률 1위까지.

2011. 11. 3. 21:41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2010년 45.1%로 OECD 회원국 중 1위로 노인 2명 중 1명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는 OECD 평균 13.3%의 3.4배에 이르는 수치며 일본 22%, 그리스 23%, 미국 24%의 두 배에 달한다. 또한 복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인 빈곤이 자살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인데 그 중심에 노인자살률이 자리잡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65세~74세 노인자살률은 81.8명으로 일본 17.9명, 미국 14.1명의 4~5배 이상 높다. 75세 이상 자살률은 160명이 넘는다.
http://www.mdtoday.co.kr/mdtoday/index.html?no=163557

출처. WHO

위 도표는 세로축이 2개다. 가로축은 나이를, 세로축은 자살 수를 의미한다. 다른 국가들은 왼쪽 세로축을 적용하지만,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오른쪽 세로축(right scale)을 적용해서 해석해야 된다.

옛날 고종 황제의 밀사 노릇까지 했던 미국인 헐버트(Homer Bezaleel Helbert)는 '이 세상에서 관습적인 노인 복지가 가장 완벽하게 된 나라....조선'이라 했고, 미국 공사를 역임한 샌즈의 회고록에도 "나의 노년을 위해 조선 땅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 했으며, 최초의 선교 의사인 앨런도 '노인(老人)과 망인(亡人) 사이가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어 이 세상에서 가장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 즐거운 노인 천국'이라고 극찬하였다.

고종 황제 시절은 올 해로 150년 정도가 흘렀고, 우리나라가 해방된 지는 66년이 흘렀다. 1세기 반이나 지난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들먹이거나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낡은 말까지 끄집어 낼 필요도 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 '보릿고개' 시절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노릇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보릿고개'라 하면 식량이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을 말한다. 그러니까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실행되기 전인 1960년까지의 시절이다. 우리나라가 보릿고개를 빠르게 벗어나고, 지난 60년 동안 굉장히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 계기는 1962년 박정희 정권부터 시행된 '경제개발5개년계획'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역사의 산증인, 경제발전의 산증인인 바로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기초, 토대를 잘 쌓아올린 바로 그 분들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잘했다, 못했다 평이 엇갈리지만 우리나라 할아버지 세대들은 훌륭하면서도 고지식하게 죽어라 일만 하신, 지금까지도 꿈틀거리는 '일벌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쉴 수가 없다,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요즘의 노인들은 젊은 세대들보다 더 부지런하다. 더 부지런 할 수 있다. 근력이 넘쳐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몸에 베인 '노동'의 강도가 자신 스스로를 놓아주질 못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는 노인들이 왜 늙어서까지 파지를 주워야 하는지 한탄한다지만 그들에게 여쭤보면 의외로 재밌어 하시고 보람도 느낀다고 말씀하신다. 문제는 노인들이 왜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일을 안 할 수 없느냐는 것이다. 작금의 시대에 정말 필요한 노인복지정책이라 하면 안타깝게도 노인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해드리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일자리를 원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지만 구직 기회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사진은 2008년 열린 서울시 고령자 채용박람회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는 노인들. 출처. 세계일보

65세 이상이면 연금을 받으며 편히 쉴 수 있다고 한다.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노인도 얼마나 될지 의문이지만, 연금이 얼마가 나오든 지금의 노인들이 정말 노후를 편히 즐길만한 준비가 돼있을까. 설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도 그 돈을 자신들의 남은 여생을 위해 쓸 노인들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그 돈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자식들, 손자, 손녀를 위해 쓰고 가실 뻔한 노인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가끔 뉴스에 한 평생을 모은 수십 억원씩 기탁하는 김밥 할머니, 구두쇠 할머니, 욕쟁이 할머니들의 소식을 접하는데 그 소식이 참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뉴스인 것이다. 여가를 즐기는 방법도, 돈 쓰는 재미도, 방법도 모른 채 그저 억척스럽게 살아오신 양반들이기 때문이다. '여가'라는 잣대를 그분들께 여쭤보면 아마도 그냥 한 번 호탕하게 웃고 넘기실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분들이 버려진다. 왜?
노인 빈곤률 OECD 회원국 1위 , 노인 자살률 OECD 회원국 1위

<우리나라 1960년대부터 매년 나오는 기사들>
외로운 할머니 자살 / 혼자 살던 팔순노인 사망 15일 만에 발견 / 우울한 어버이날 외로운 할머니 투신자살 / 혼자 살던 70대 노인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 / 혼자 살다 숨진 할머니 1주일 만에 또 발견 / 혼자 살던 70대 노인 사망 한 달 만에 발견 / 심장질환 노인 아파트에서 죽은 지 20일 만에 발견 / 어버이날 80대 노모 "자식 짐 되기 싫다" 자살 숨진 채 발견 /  60세 이상 자살률 10년 전의 3배(1999) / 노인 하루 7명꼴 자살(2003) / 투병노인 투신자살 잇따라 / ....

노후대책, 노후대비 말들 많은데 그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30년도 채 되질 않는다. 심각하게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것도 10년 안팎이고. 지금의 노인분들이 30대 혈기왕성한 그 시절엔 자식 걱정, 일 걱정에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빴던 시절이었는데 언제 노후까지 준비할 수 있었을까. 지금의 65세 이상 노인들의 절반이 넘는 61%(10명 중 6명)가 노후대비가 안 돼 있다고 한다. 근데 이것은 안 돼 있는 것이지, 결코 노후대비를 하지 못한 게 아니다. 국가에서 나서서 충분한 재정을 마련해주고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그들의 편의를 돌봐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인복지가 잘 돼 있다는 일본도 몇 해 전부터 노인보건법에 의한 의료비의 지출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 세대가 증가함에 따라 그 예산을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물며,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지도 않은 우리나라 노인보건법(노인보건정책)을 생각하면 앞날은 캄캄하기만 하다. 노후대비로 '연금'을 꼽기도 하는데 모든 이가 다 혜택을 받을지도 의문이거니와, 작년 한나라당 모의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연금을 수령하지 않는 노인의 수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건 노인들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정부에서 노인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는 홍보를 했을지 몰라도 노인들에게는 직접 찾아가 한 분 한 분 설명을 해드렸어야 한다. 그 정도 예산과 인력은 시, 구청, 각 동에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2006년 우리나라의 총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추계 비율은 9.5%였고, 2010년 추계에서는 11%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추계(2006)'에 의하면 이는 2020년 15.6%, 2030년 24.3%, 2050년 38.2%로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추세대로 간다면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이상이, 즉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노인의 비율만 늘어나는 게 아닐 것이다. 노인의 자살률과 빈곤률 또한 급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이야기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렇게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해 오면서 잃어버린 것은 없나 한 번쯤 되돌아 보면 '아차'싶은 게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그것들을 하나, 둘 챙겨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뒤쳐진다 해도 그들이 챙기지 못한 다른 것을 우리가 먼저 챙길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이를 테면 '생활의 여유'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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