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열풍. 이대로 괜찮을까.

2011. 10. 6. 15:28
내가 보는 '도가니 열풍'은 단지 물을 끓이는 주전자가 조금 센 불을 만났을 뿐이다. 약 불에서 노닐던 사건이 센 불을 만나 하는 수 없이 주전자 뚜껑을 딸그락딸그락 귀찮은 소릴 내야하는 정도 말이다. 어디서 나는 소리냐며 달려드는 사람은 많고 이제, 아니 이제야 그 불에 기름까지 부어볼 작정을 한다. 늘 그랬듯 불을 지피는 실마리는 있어도 그것을 끄는 해결책은 없다. 다만, 그 해결책을 시간에게 미룰 뿐. 누가?

광주인화학교?
소설..보다는 영화 '도가니'가 아니었다면 이 학교 이름을 듣는 순간 '어디? 중국에 있는 학교니?'하고 되물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야 하는 부모가 아니고서는, 영화를 통해 사건의 재발견이 되지 않았다면 일반인들은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을 생소한 학교다. 그런데 우리들에게 정말 생소한 학교였을까? 그리고 이 사건도 생소한 사건이었을까?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면 2005년부터 최근까지 '광주인화학교'로는 354건이, '인화학교'로는 2,226건이 검색된다. 이처럼 아이러니하게도 광주인화학교의 문제는 최근에 공지영의 소설 때문에, 혹은 영화 때문에 불이 붙고 재조명된 사건이 결코 아니다. 본 사건은 2005년 이후로 꾸준하게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었으며 우리들 곁에서 갈등을 빚고 있었고 적어도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었다.

영화 '도가니'
왜 이렇게 사회적 파장이 클까. '도가니'를 본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일까. 이 사회에 그런 악덕한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며 공무원들이 썩었기 때문에? 아님 이 사건에 이제야 관심을 가지는 자기 자신 때문에?

영화가 훌륭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영화를 만든 이들의 의식 수준도 검증을 해봐야 하니까.
어린 배우들의 연기. 괜찮을까.

시민들의 인식이 올바른 것도 아니다.
죽자 살자 4~5년을 조용히 갈등 속에서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무더기로 나타나는 꼴이란.
그것도 스마트 폰을 앞장 세워서.

아직도 영화 속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
소리 높여 아우성중인 대다수의 모두는. 아직도 영화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겠지만,
영화와 상관없이 현실 속에서 아직도 싸우고 있는 그들은 여전히 말이 없습니다.
그들은 말이 없지만, 여러분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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