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서울 지하철 승차권과 사라지는 사람들.

2010. 11. 15. 21:27

 

운전을 하게 된 이후로는 지하철을 탈 기회가 적어지는데 근래에 며칠 지하철을 타고 출, 퇴근을 하게 되었다.

오늘 지갑에 카드도 없고 만 원권 지폐 밖에 없어서 천 원권으로 바꾸려고 -1회용 교통카드 발급기가 만 원권을 인식 못할 거라는 생각에- 역무원을 찾는 중이었다. 그런데 역무원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예전 승차권을 구매해야 할 때에는 역에 승차권을 판매하는 곳이 따로 있었고 그 곳에 역무원 2~3명이 있었는데 이제는 판매하는 곳도, 역무원도 사라졌다. 지하철 역사도 드디어 ‘완벽한’ 자동화 시대로 퇴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1회용 교통카드 단말기가 발매만 되지, “취소”는 되질 않는다. 마침 나타난 역무원에게 한 할머니가 다가가 큰일이라도 난 듯이 물어본다.

‘이거, 이거 잘못 끊었는데 어디다 말해야 돼요?’
‘네? 잘못 끊다니요?’
‘잘못해서 손주 주려고 했는데 어른용으로 끊었지 뭐야..’
‘아. 이거 나중에 쓰셔도 돼요, 다시 한 장 끊으시면 될 것 같은데요?’
‘아니야. 이거 취소해줘요’

역무원이 할머니의 카드를 건네받고 1,500원을 드리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이 되었지만 잘못 발매한 승차권은 정말 어디서 취소를 해야 하는 걸까?

나중에 사용해도 된다지만 출발역과 도착지가 다를 경우에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도 있고 요금이 적게 나올 수도 있는데 추가 요금은 역무원에게 지불하면 된다 해도 -분명 개찰구를 나설 때 요금이 초과됐다며 빨간불에 경고음까지 시끄럽게 울릴 게 뻔하다- 적게 나온 요금은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설마, 적게 나온 요금 역무원에게 되돌려 받기 전에는 못나간다며 개찰구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역사에 사람들이 사라졌다. 어디까지 얼마에 가야 하는 것도 대답 없는 기계와 응대를 해야 하고 노인 분들의 경우 자세하게 길을 물어야 하는데 어디 물어볼 곳도, 물어볼 사람도 없다. 외국인의 경우도 멀뚱멀뚱 서서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야 할 노릇이고.

“경로 우대자나 장애인의 경우 신분이 확인되면 1회용 교통 카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지난해부터 보급된 무임승차 카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경로 우대자, 장애인의 무료 승차도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고 온정으로 발급해주면 됐지, 꼭 차디찬 카드로 신분을 확인해야 하는 현실이 차갑게만 느껴진다. 그나저나 역내에 기계들이 판을 치면 실업률도 늘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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