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의 그늘) ①이래서 퇴출했다

2010. 8. 28. 18:40

2010/08/26  14:31:47  이데일리

- 2006년 이후 우회상장 16개사 퇴출
- 쉘·장외기업 부실-경영진 도덕성탓 상장폐지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고르고, 따진 끝에 힘겹게 결혼에 골인했다. 인생의 동반자를 맞이한 기쁨은 잠시. 빨리 돈을 벌어 `부자 반열`에 들어서자고 이를 악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막상 결혼해보니 배우자의 카드 빚, 마이너스 통장이 속속 드러난다. 살고 있는 집도 `월세`였다.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서 용돈 달라는 독촉이 이어진다. 결국 배우자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 코스닥 우회상장 기업을 빗댄 얘기다. 네오세미테크가 상장폐지 절차를 밟으면서 우회상장기업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언제 갑자기 퇴출될 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실제 네오세미테크 외에도 다수의 `흑자` 장외기업이 우회상장 과정, 혹은 우회상장이 완료된 후에 퇴출됐다.

이데일리가 2006년 이래 우회상장한 뒤 퇴출된 기업 16개사(네오세미테크 포함), 우회상장 도중 퇴출된 일부 회사를 분석한 결과 상장폐지 위기는 크게 ▲상장사의 부실 ▲장외기업의 분식회계 ▲경영진의 비도덕성 등에서 촉발됐다.

◇ `나쁜줄 알았는데 이정도일 줄이야`..쉘기업의 `부실` 우회상장 기업이 퇴출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장외기업이 우회상장하는 대상인 쉘기업(Shell)의 부실이다.

쉘기업은 거의 대부분 적자에 허덕인다. 도저히 먹고 살 방법이 보이지 않아서 우회상장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이기 때문.

그런데 적자 기간이 오래된 기업에 대해 `순진하게` 재무제표만 믿고 인수대금을 지급했다가 큰 코 다치는 일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우회상장한 A사 관계자는 "우회상장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예전 회사가 빚을 갚지 못했다`면서 대신 갚을 것을 요구해왔다"면서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했지만, 그럼에도 예상보다 많은 돈을 지급해야했고 결국 적자 전환을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H사 관계자는 또 "나름 꼼꼼하게 체크한다고 했는데도 100% 완벽할 수 없었다"며 "쉘기업의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덥썩 우회상장했다가 실패한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상장폐지된 샤인시스템, 알디이네트웍스(옛 비엔알) 등도 이와 비슷한 사례에 해당된다. 흑자기업이 우회상장했지만, 기존 상장법인의 부실과 합쳐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퇴출됐다.

샤인시스템을 통해 우회상장한 제노정보시스템은 지난 2008년 매출 1032억원, 순이익 230억원을 기록했다. 웬만한 코스닥시장 우량기업과 비교해도 우수한 수준이다.

하지만 샤인시스템과 합병하자마자 재무 위기에 봉착했다.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대북사업을 위해 인수했던 샤인시스템은 금강산 사업 등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면서 거액의 빚을 졌다. 제노정보시스템의 자금력으론 퇴출을 피할 수 없었다.

비엔알을 통해 우회상장한 씨앤스페이스 역시 우량 흑자기업이었다. 현대차그룹 우주사업부문의 연구진이 주축이 돼 2004년 설립된 회사로, 우회상장 추진 도중에 증권사 리포트가 나올 정도로 우주항공 분야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비엔알이 2001년 이후로 단 한해도 영업이익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오랜기간 부실이 쌓여왔던 기업이란 점이 문제였다.

◇ `회사돈은 내 돈`..장외기업 오너의 그릇된 마인드

반면 네오세미테크는 장외기업의 부실이 상장폐지의 큰 원인이 됐다. 물론 우회상장 대상기업이었던 디앤티의 귀책사유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보단 장외기업 네오세미테크의 분식회계가 퇴출의 근본 원인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시장에 알려졌듯 네오세미테크는 상장 전부터 진행해 온 분식회계가 퇴출의 빌미가 됐다. 작년 사업실적의 경우 회계법인 감사 전까지만 해도 매출 1453억원, 영업이익 312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사 결과 매출 187억원, 순손실 837억원으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네오세미테크는 적자라는 점보단 `의견 거절`이 나올 정도로 불투명한 회사라는 점이 문제"라며 "기술력이 있든 없든 회계법인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진행해야하는데, 이것이 어려웠고 결국 퇴출됐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네오세미테크 외에도 다수의 장외기업 혹은 장외기업 감사 회계법인이 분식회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장외기업 오너들은 자신의 회사를 사유재산 취급한다"면서 "이런 마인드를 갖고 그대로 증시에 올라오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경영진의 횡령..퇴출 직격탄된다

분식회계와 큰 차이는 없지만 신임 경영진의 부도덕성 때문에 퇴출되는 사례도 있다. 우회상장이 끝난뒤 조속히 자금을 끌어모아 `먹튀`하는 사례나 횡령을 터뜨리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지난 2007년 영실업을 통해 우회상장한 비전하이테크는 작년말 슈퍼개미 문덕씨가 인수한 뒤 횡령설에 휘말렸다. 추후 김모 대표이사, 온모씨, 윤모씨, 골드마운틴 전 사주 등이 모두 회사 자산을 빼돌렸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당시 소액주주들은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채 상장폐지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이외에도 코아정보시스템, 카라반케이디이, 케이엠에스 등이 우회상장을 잘 끝낸 뒤 횡령설이 불거지며 퇴출됐다.

김연우 한양증권 연구원은 "우회상장을 한다고 하면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신생기업에 기대감을 나타내지만, 적지 않은 코스닥기업에서 횡령 등 불법적인 일이 자행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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