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우강호'. 양자경, 강우성 주연의 중국발 'Face Off'

2010. 11. 28. 10:38

액션 | 중국 | 114 분 | 개봉 2010.10.14 
감독 오우삼, 수 차오핑 
배우 정우성, 양자경, 서희원, 여문락...
공식사이트 http://www.검우강호.com, http://www.gumwoo2010.com/

45도 정도 틀어서 다시 태어난 중국판 'Face Off'. 감독은 역시 오우삼이다!
화려한 무협액션 배우 '양자경'은 죽지 않았다. 우리나라 배우 '정우성'이 그녀와 함께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한 영화다. 나이를 잊은 듯한 배우 '양자경'은 1962년생(49세)이다. 그녀와 나이가 비슷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만옥, 관지림, 왕조현, 매염방. 그리고 이제 환갑이; 넘은 임청하. 그녀들은 이제 스크린에서 정녕 사라진 걸까. 여하튼, 이 영화는 '양자경'의 영화다.

이제 모든 업을 지우고 이 수련을 끝내겠어요

배경은 명나라 시대, 영화의 중심엔 우리에게도 익숙한 '달마대사'가 등장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말자. 우린 그냥 익숙한 스토리와 좀 더 다양해진 스크린 속 무공들에 시각을 맡기면 되니까 말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달마'는 영화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것. 그의 '절세무공'이라는 것을 볼 수가 없다. 이유는 짧게 말하면 이렇다. '너는 선하지 못해서 배우질 못한다.' 원래 악역이 배우고 마지막에 질기게 죽어줘야 영화는 좀 더 재미를 더할텐데 말이다.

창졸우교, 용회이명, 리청우탁, 이굴위신

'세우(양자경)'은 자신을 쫓는 세력들과 속세가 싫어 얼굴을 바꾸고자 하고 '아강(강우성)'은 부모의 복수를 위해 얼굴을 바꾼다. 둘은 나름 착하게(?) 살아가면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결혼도 한다.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이 영화에 살인(복수)을 위한 '필살기'는 없지만 사랑하는 이의 영혼을 담은, 자신의 죽음으로 사랑하는 이의 또 다른 사랑을 지키는 아름다운 '필살기'는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극중 '세우'는 복 많은 여자다. 허긴 그녀는 '양자경'이니 그럴만도 하다.

스토리가 익숙한 -뻔한- 무협 영화일 수도 있지만 나름 탄탄(?)하다. 지루한 구석이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어느 멜로 영화, 어느 액션 영화에서 보아왔던 스토리의 짜집기를 보는 듯한 느낌도 받지만 일단 액션의 화려함으로 그런 생각들은 싹 달아난다. 청순한 양자경의 모습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은 듯 하면서도 나름 나이를 잊은 듯 청순가련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귀엽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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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연봉 인상. 그들의 금액을 풀어보자.

2010. 11. 27. 22:30

 

연평도 폭격이 있던 날에 국회는 국회의원이 1년간 받는 '세비(수당+입법활동비+기타운영비)'를 올해 1억 1300만 원에서 내년에 1억 1870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2000년 국회의원의 세비가 1억 236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10년이 지난 지금 1천 500만 원 정도가 상승한 것이다. 단순비교해 이 정도지, 이것 저것 따져보면 1천 500만 원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 (최소) 1천 500만 원이 얼마나 엄청난 금액인지 살펴보자.

1. 어지간한 -잘 나가는 직장이 아닌 정말 어지간한- 직장의 연봉은 된다. 우리나라 의원 수가 299명이니 이 돈을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투자한다고 치면 많게는 299명의 청년 일자리는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 이 돈이 어떻게 연봉이 될 수 있을까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을 테지만 우리나라엔 안타깝게도 이만큼의 적은 연봉의 일자리가 -다시 말하면 이 정도의 연봉으로 생활하는 청년들이- 정말 많다.


2. 정부가 실업률 통계 줄인답시고 백방으로 애쓰는 '공공근로사업'에 적용해 보면 이렇다. 공공근로 1개월 월급을 많이 잡아 백만 원이라고 했을 때 3개월(1단계 사업이 3개월) 근무시 3백만 원이다. (15,000,000*299)/3,000,000 으로 계산을 하면 1,495명의 3개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3. 우리나라 사정에 맞는 무상급식을 시행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선진국 사례 따라가려고만 하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으로 보자. 아이들 한 달 밥값을 4만 원으로 봤을 때 (15,000,000*299)/40,000 으로 계산을 하면 112,125명의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다. 이는 초등학교 90개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는 금액이다.


4.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하는데 쓰여도 상당한 금액이다. 연탄 구매 비용으로 따져보면 1장당 500원으로 계산했을 때 8,970,000장을 구매할 수 있다. 한 가정당 한 달 평균 사용하는 연탄은 150장 정도이니 겨울을 4개월로 잡았을 때 약 15,000가구가 겨울 내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 부문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총 45억 정도의 예산을 꼭 국회의원 연봉 인상으로 돌려야 했을까. 지난 3년 간 연봉이 오르지 않았다고 하는데 자, 여기 모인 국회의원 모두 눈을 감고 다음 말에 해당되는 사람은 조용히 눈을 뜨고 국회를 떠나도록 하자.

하나. 자신이 국회의원의 '탈'을 쓰고 1년 동안 발의 건수가 5건 미만인 사람.
둘. 발의 건 중에 입법 통과율이 10% 미만인 사람.
셋. 타인의 발의에 살짝 이름만 올리는 '무임승차'가 잦은 사람.
넷. 1년 동안 민생을 위해 한 일이 10가지가 안되는 사람.
다섯. 1억이 넘는 연봉이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정말정말 작다고 생각되는 사람.
여섯. 내가 왜 국회의원이 되었는지 당당하고 떳떳하지 못한 사람.

 

국회 운영위원회 박기춘 예산결산심소위원장은 "의원 세비가 '차관보' 수준보다 더 낮다"고 인상 배경을 밝혔는데 의원 세비가 위원장이 말한 그들보다 높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혹시 차관보가 국회의원보다 더 열심히 뛰고 있진 않은 것인지 반문해 본다. 아니면 '너희는 우리가 하는 일이 비해 연봉 수준이 높으니 좀 낮춰야겠다.'라는 발상은 정말 하지 못하는 걸까.

 

박기춘 위원장
 

지난 2년간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 가운데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거나 법률을 전부 개정한 경우는 9.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기존 법률을 일부 개정한 것일 뿐이고 전체 발의 법률안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28.9%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엘리트라고 -적어도 민생을 위한 엘리트 중 엘리트라고 스스로 자부했던- 울부짖는 그들이 하는 일 치고는 정말 보잘 것 없다.


2005년 1인당 세부담금은 350만 원, 올 해는 460만 원, 내년엔 490만 원 정도로 늘어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사회복지 부문에 가장 많이 -총 사업비의 28.8%를 차지하는 4조4296억 원- 배분했다는 사실이다. 잘사는 복지 국가를 보면 대체적으로 세부담율이 상당히 크다. 그런데 국민들의 불만도 적다. 국민이 국가에 낸 세금만큼 되돌려 받는 게 더 많다는 의식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국회의원들 좀 더 배불려 주려고 국민들 세금 늘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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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상징. '개미허리'를 가진 스타들을 살펴본다.

2010. 11. 26. 22:15

요즘은 여성의 '개미허리'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아름다울 '미(美)'자를 뜯어보면 큰대(大)자에 양(羊)으로 이루어진다. 굶주려 허리가 홀쪽한 양이 아름답지 않듯이 사람도 토실토실 살이 올라야 아름답다고 여겼던데서 동양의 '미(美)'는 탄생하고 있다. 우리 전통사회에서 허리가 가늘면 '개미허리'라 하여 시집가는 데 선택받지 못하는 첫번째 조건이 되었다. 아기가 들어앉을 공간이 없다고 여겼음인지 아이 못낳을 무자상(無子相)으로 찍히는 수모를 겪었던 것이다.  - 이규태 코너

마릴린 먼로와 아를레티

절세의 미인이라는 양귀비는 이미 날씬이가 아닌 비만 여인임이 문헌상으로 고증되고 있고 20세기 최고의 글래머라는 마릴린 먼로를 날씬하다고 할 사람은 없다. 1950년대의 슈퍼스타 아를레티도 날씬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과거에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아래쪽 갈비뼈를 제거하여 허리둘레를 줄이기도 했고 졸라매는 코르셋(Corset)을 사용해서 개미허리를 연출해 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여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 역의 '비비안 리'가 코르셋을 사용해서 18인치 개미허리를 연출한 바 있고, -실제로도 허리가 19인치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섹시스타 '메간 폭스'가 새 영화 '조나 헥스(Jonah Hex)'를 찍으면서 코르셋을 사용, 18인치 개미허리를 선보여 팬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코르셋을 사용하는 비비안리'와 섹시스타 '메간폭스'

2005년 미국 여성 캐시 정이 코르셋의 끈을 당기면 15인치(약 38cm)로 줄어든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그녀의 나이가 68세라는 것. 목욕 시간을 제외하곤 하루 23시간을 코르셋과 함께 했다고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바르도(1934년생, 77세)도 18인치의 개미허리였다.

미국 여성 '캐시 정'과 '브리짓바르도'의 젊은 시절

선천적으로 개미 허리를 가진 여성은 기억력이 좋고 두뇌 회전이 뛰어나며 섹스 테크닉도 탁월할 가능성이 높다며 체력에 자신 없는 남성이라면 이러한 여성과는 육체적으로 결합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어느 매체의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었다.

올 해에는 미국 방송사의 리얼리티 쇼 '아메리카 넥스트 톱모델'에 출연한 '앤'이라는 여성이 '살아있는 바비 인형'으로 불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180cm가 넘는 키에 45kg를 넘지 않았는데 해외 네티즌들은 앤의 허리 사이즈에 큰 관심을 가졌다. 실제로 그녀의 허리사이즈는 18인치였다. 

미국 방송사의 리얼리티 쇼 '아메리카 넥스트 톱모델'에 출연한 '앤'

1959년에 태어나 전세계의 소녀들에게 여성의 몸매에 관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던 플라스틱 인형 `바비(38-18-34)'가 1998년 중년이 되면서 좀 더 현실에 가깝고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허리 굵기를 좀 늘리고 가슴과 엉덩이는 약간 줄이는 한편 얼굴 모습도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성형수술을 받게 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과 USA투데이의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라 여배우로는 2005년 염정아가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를 촬영하면서 개미허리로 눈길을 끌은 바 있고, 요즘에는 배우 홍수아가 22인치의 잘록한 개미허리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가수 보아와 음치의 라이브 댄서 김미연도 18인치 개미허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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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의 복수극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2010. 11. 26. 21:04
스릴러 | 한국 | 115 분 | 개봉 2010.09.02 
감독 장철수 
배우 서영희(김복남), 지성원(해원), 백수련(동호 할매), 박정학(복남의 남편, 만종)..
공식사이트 http://kim_boknam.blog.me
영화의 처음 부분이다. 이 장면과 조금 후에 나오는 범인을 지목하는 상황을 연결해서 책갈피 해두면 마지막 회심의 모나미 볼펜이 굉장히 짜릿하고 통쾌하고 -그 짧은 순간에 볼펜의 윗대가리를 눌러 뾰족한 무기로 변신시키는 '똑딱'하는 소리가- 느껴질 수도 있다. 혹은 모나미 볼펜이 이 영화의 '정의(?)'를 내려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인공 복남은 모든 걸 참고 산다.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고 섬의 모든 남자들에게 유린당해도, 하루 종일 노예처럼 일만 해도 복남은 그게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해맑게 살아간다. 마치 사람인 것은 맞지만 '여자'이기는 포기한 사람처럼. 그런 복남에게도 희망은 있었기 때문인데 그녀의 딸 연희와 서울에 사는 어릴 적 친구 해원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는 딸 연희가 죽음으로써 -정확히는 희망이 사라짐으로써- 급반전하는 동시에 하나의 복선이 깔린다. 하지만 그 복선이 꼭 필요했었나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다. 반전을 노린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하기엔 친구 해원의 태도가 너무 불분명하다. 더군다나 '서울 여자'라는 도도하면서도 건방지고. 때로는 친구와 연희 걱정도 하는 캐릭터인 그녀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우리나라 영화는 어떤 '소재'에 무게를 두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소재라는 것이 영화를 대변하는 -어쩌면 이야기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하나'가 될 수도 있지만 해원의 거짓말이 그런 의도를 두고 설정된 것이라면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보인다. 이 영화에서는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피리'가 그것에 속하는데 복남과 해원의 우정이나 추억을 상징한다거나 아님 복남은 끝까지 해원을 친구로 생각했다거나 하는 정도의 메시지를 남기기엔 영화의 틀에서 많이 벗어난다. 영화는 "왜 해원은 배신했는가?"에 전혀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기 때문인데 그런 설정을 연희의 죽음과 동시에 깔아둔 것이다. 이런 의문은 나중에 감독 코멘터리를 들어보면 풀릴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의 전체 내용은 간단하다. 몇 사람 밖에 없는 섬 '무도'를 배경으로 그곳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복수를 자극 -이 영화는 남성보다는 여성 입장에서 봐야 좀 더 자극적이고 통쾌할는지도 모른다- 한다. 포스터의 글귀처럼 미치도록 잔인한 핏빛 복수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잔인하다는 생각보다 재밌다는 생각이, 재밌다는 생각보다는 즐겁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클로징 장면이다. 그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던 무도와 해원의 누운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많은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엉뚱하거나 다소 불편한 설정, 자연스럽게 못한 설정도 눈에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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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화통 #7 - 우리나라는 '휴전국'이다.

2010. 11. 24. 23:25

휴전 회담

우리나라는 ‘휴전국’이다. 그런데 웃긴 건 다른 나라와 휴전중인 게 아니라 같은 동포와 휴전중이다. 다시 말하면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말이다. 같은 한글 -북한에서는 ‘조선글’이라 하고 약간의 발음, 표기상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을 사용하는 동포끼리 각자 다른 국기를 달고 50년 넘게 휴전중이다.

‘휴전국’이라는 말은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라는 말과 같은 거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북한에서는 국가적으로 곧잘 상기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까마득히 잊고 살아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은 현재 굉장히 어려운 생활고에 목을 매고 있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경제 발전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쪽은 홀쭉한 배가 고픈 경우고 다른 한 쪽은 아직도 경제 성장이 모자란 듯 경제가 고픈 경우다.

과자는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급할 게 없다. 과자를 필요로 하는 건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다른 건보지 못한 채 과자만을 본다. 어떻게든 저 앞에 놓인 맛있는 과자를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 과자를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는지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은 과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이에게 무작정 과자를 먹어라. 하면 덤빈다. 덤비다 지치면 울고. 또 덤빈다. 또 지치면 울고 보채고. 그게 북한이다. 그리고 우리 동포이자, 우리 민족이다.

故서정우 병장, 故문광욱 이병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故서정우 병장, 故문광욱 이병의 삼가 故人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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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산동네. '중계본동 104마을'을 다녀오다.

2010. 11. 23. 00:04

예전 ‘월곡’이라는 산동네를 갔던 적이 있다. 그 때 어느 아저씨가 나에게 기자냐고 묻기에 얼떨결에 대학에서 나왔다고 하니 대뜸 한다는 말씀이 ‘이래서 어디 살겠냔 말이지. 어떤 놈이 우리 집 가스통을 훔쳐갔어. 써글놈.. 아니 벼룩의 간을 빼가지, 그걸 도둑질하는 놈들이 세상에 어디 있냐는 말이야. 학생양반! 이것 좀 기사에 써주오.’ 이랬다.

중계본동 104마을

지난 주말 ‘중계본동 104마을’이라는 산동네를 찾았다. 노원 역에서 내려 1번, 2번 출구 중간쯤에서 1142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된다. 10분 정도 가면 종점이고 바로 건너편에 동네가 보인다. 버스를 타고 올 때에는 잘 몰랐는데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보니 104마을 바로 앞으로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불과 100여 미터를 사이에 두고 동네의 모습은 극과 극을 보이는데 이 곳 ‘중계본동 104마을’이 서울 시내에 있는 마지막 ‘산동네’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는 불암산 둘레길과도 연결이 돼있어 산을 찾는 사람들이 이 마을을 지나는 경우가 많다. 마을을 오르다 보면 허름한 집들 사이로 고급승용차도 종종 보이는데 아마 등산을 온 사람들이 주차를 해 놓은 듯 하다. 둘레길과 연결된 입구 부근에서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여기가 약수턴가봐요?’
‘네, 약수터...였는데 지금은 약수터는 아니고요. 그냥 물은 먹을 만해요.’
‘오르막인데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다 왔는데요 뭐.. 사진 찍으러 오셨어요?’

‘중계본동 104마을’을 방문하자고 마음을 먹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서울 시내에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산동네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곳에 사는 아이들을 보고 싶었다. 또 개인적으로 마음이 심란해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이 곳은 주인 없는 집들이 많았고 사람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관인 꽃나라유치원’이라는 명판이 붙어 있는 유치원의 놀이 기구들은 녹이 슬고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유치원생이 있을까 싶어 바로 옆 구멍가게에 들어가서 여쭤봤다.

‘이 마을에 아이들이 있나요?’
‘아이들 없지..’
‘그럼 옆에 유치원은...’
‘유치원 안 해. 아이들이 없는걸 뭐.. 안하지.’

동네를 오르고 골목골목 헤집고(?) 다니다 보면 집집마다 있는 가스통을 볼 수 있는데 언젠가 방문했던 ‘월곡’ 산동네의 하소연하던 아저씨가 생각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집들에선 소리가 나질 않는다. 구석진 골방에서 TV소리가 나면 그게 참 반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인 아주머니들의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집이면 쪽문에 귀를 대고 무슨 소린가 잠시 엿듣기도 했다. 다름 아닌 화투를 즐기며 크게 점수가 나서 좋아하는 아주머니와 못마땅해 하는 아주머니의 한숨소리가 뒤섞인 소리였다.

옷가지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좁은 길가에 널어 말리는 집도 많았고 처마와 처마 사이에 빨랫줄을 메달아 옷을 말리는 집도 있었다. 집이 저렇게 험한데 사람이 사는 걸까. 어쩌면 저 옷가지들은 지난 장마를 이겨내고 수개월째 주인 없이 마냥 매달려 있는 걸지도 모른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김장을 하는 어느 노부부도 만날 수 있었고 신발을 구겨 신고 방황하는 청년도 볼 수 있었고 마땅한 도구가 없음에도 어떻게든 깨진 창문을 막아보려 애쓰는 젊은이도 보였다. 어느 아주머니를 보고는 다시 한 번 여쭤봤다.

'이 곳에 아이들은 없나요?'
'없지요. 다들 아래로 내려갔어요.'
'네. 사람들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재개발이다 뭐다.. 살기가 어렵고 하니 몇몇 노인분들 빼곤 없죠.'

아주머니가 내가 묻는다.
'사진 찍으러 오셨어요?'
'네. 여기가 서울시에 있는 마지막 산동네인 것 같아서요. 기록 좀 남길까 하고요.'
'젊은 사람들 많이 오더라고요. 사진 찍으러..'

다 허름한 우편함을 가진 집도 많았고 어느 집의 우편함은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 집주인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배추값 파동에 대비하고 텃밭을 가꾼 걸까. 교회 바로 아래 -이 동네는 교회가 참 많다- 배추를 가꾼 텃밭이 보였다. 이 정도면 충분한 김장이 될 것 같다. 동네 사람들은 연탄을 집 밖에 차곡차곡 쌓아두거나 아님 포대에 6~8개씩 담아서 내놓기도 한다. 그럼 이것들을 용역이 나와서 사진처럼 싣고 간다.

‘일요일인데 일하시네요?’
‘네, 해야죠.’
‘어디.. 서울시 소속인 건가요? 일용직이세요?’
‘서울시 소속이면 일요일날 일은 안하겠죠? 용역이에요.’
‘아. 보수는 잘 받으세요?’
‘글쎄요 뭐. 일요일까지 하면 한 200정도?’

개발이 언제 될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하는 어르신을 보았다. 1142번 종점에서 100m만 가도 그곳은 신천지다. 집 밖으로 가스통이 나올 일도 없으며 빨랫감을 길거리에서 말릴 일도 없다. 건축물 붕괴 위험이라고 집 둘레에 빨간 테이프를 두를 일도 결코 없으며 마을 곳곳에 간이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높이 솟은 아파트와 잘 정돈된 거리와 신호등, 많은 유동인구가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할 동네를 ‘이들’과 ‘그들’로 분단시켜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름 아닌 ‘우리’안에 있는 그 누군가들의 ‘힘’에 의해서 말이다. 하루 빨리 제대로 된 보상과 함께 개발이 이루어져 모든 이가 편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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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 지수가 높아도 경제는 성장할까.

2010. 11. 20. 13:29

 

먼저 짤막하게 동영상을 잠깐 보자. 드라마 '모래시계'의 한 장면이다.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엄격하고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부정직한 관료들이 존재하는 사회보다 더 나쁜 사회가 딱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엄격하고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정직한 관료들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 미국의 원로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

2008/2009/2010년 부패인식지수(CPI)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CPI)는 국내외 기업인과 분석가들이 각국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 정도를 조사한 것이어서 객관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CPI 발표에서는 처음으로 점수에 반영된 총 13개의 원천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한국(5.4)의 CPI는 조사 대상 178개국의 평균(4.1)보다는 높지만 우리가 속해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의 평균(6.97점)에는 크게 못 미친다. OECD 평균이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인 7점대에 근접해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부패문제에 있어서는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주요 20개국(G20) 중 5번째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11년 경제성장률은 G20 중 4위까지 내다보고 있다.

매년 부패인식지수 상위에 랭크되는 핀란드에서는 고위 공무원의 수입과 지출 내역이 매우 상세하게 공개된다. 공무원 재산에 의심이 갈 경우, 누구라도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 마티 요웃센 법무부 국제협력과 과장은 "제가 갑자기 아우디를 새로 사고, 제 아내가 비싼 밍크코드를 입고 다니면 제 이웃이 저를 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 의뢰를 받은 정부 감독관은 의심이 갈 경우 즉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공장이 지으려고 할 때 이 지역 주민은 해당 행정기관에 문제를 제기하고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행정기관은 문제를 제기한 시민에게 왜 공장이 들어서게 됐는가를 설명할 의무를 갖고 있다.

핀란드 성인 남자 월 평균임금은 3000유로(한화 530만원). 이중 소득세가 30%를 차지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도 높아진다. 이런 세금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기치를 내건 사회보장 제도가 시행된다. 우리나라에서 연일 논란이 되는 '무상급식'의 경우도 큰 틀에서 보면 '예산' 문제인데 핀란드는 선진국들 중에 완전 무상급식을 하는 두 국가(다른 국가는 스웨덴) 중에 하나이다. 완전 무상급식이 가능한 이유는 부모들이 내는 세금에 자녀들의 급식비가 포함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조세율이 높기 -핀란드의 조세부담률은 국민총생산(GNP)의 44.5%, 우리는 19.3%(2010년 기준)에 불과하고 세금을 많이 내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쓸 거라는 국민의 믿음이 있다- 때문이고 재원은 중앙정부 및 지자체에서 100% 지원한다. 국가적으로 모든 면에서 평준화를 찾아가고 있는 핀란드는 그래서 빈부격차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

핀란드처럼 부패인식지수가 높고 청렴결백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도 있지만, 광범위하게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품고 있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들이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홍콩, 일본, 대만, 중국 등이 그 나라들이다. 과거 경제 대국이었던 영국은 물론 미국, 프랑스의 경우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굉장히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에 성공하였고 지금도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강국이다. 물론 부정부패가 심해서 몰락하는 자이레(지금은 콩코 민주공화국), 아이티 같은 나라들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등과 같이 성공하는 나라들과 자이레, 아이티와 같은 나라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부정부패로 인한 소득, 즉 다시 말해 '돈(자본)'의 흐름이 어디로 향하는 지에 큰 차이점이 있다. 앞서 모래시계의 한 부분을 인용한 것도 '그 돈으로 이 나라가 유지된 거야.'하는 부분을 언급하고 싶어서였다.

다시 말하면 '돈'을 굴릴 줄 아는 사람들에게 흘러간 돈은 그것이 부정부패와 직결되어 있다 해도 -일부는 개인이 착취한다 해도- '돈'을 굴릴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배분되거나 개인적으로 착취하는 것보다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면에서 빈부의 격차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여러 사회적인 병폐가 생길 수도 있지만 개발도상국 및 브릭스 국가들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선성장 후분배'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이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정부패는 사회적으로 곧잘 이슈가 되겠지만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낮거나 국민들이 나라에 거는 기대가 그보다 커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2010년 인간개발지수(HDI) 국가별 순위

'정의'를 내리기도 모호하지만 정직한 사회, 정직한 정치란 정말 나쁜(잘못된) 것일까? 일단 부패인식지수가 높은 나라들도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패인식지수가 낮은 대부분의 나라들보다는 적어도 "복지"면에서는 "복지천국"으로 불린다. 2010년 인간개발지수(HDI)를 보면 부패인식지수가 높은 나라들이 모두 상위에 랭크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년엔 26위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올해는 12위로 14단계나 껑충 뛰었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복지 면에서 잘 사는 복지국가로 발전해서가 아니라 프랑스,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 유럽의 행복 국가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심각한 금융, 채무위기로 순위가 대폭 하락한 탓의 반사이익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선진일류국가(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 '정직'과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말은 자주 듣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경제성장률로 보면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이지만 부패지수는 2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 반짝 상승하였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를 조금 틀어 생각해 보면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나라 경제는 더욱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말을 빌리자면 'G20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점도 이를 거들 수 있겠다. 또한 나라 어디선가 부정부패가 좀  더 시끄럽게 만연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부정부패와 더불어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하나로 '풍부한 노동력'을 꼽는다. 아니다. '풍부했던 노동력'이 맞는 말이다. 앞서 말했던 '돈'을 굴릴 줄 아는 사람들의 부정부패보다도 -그것이 경제발전의 기초가 되었을지는 몰라도- 연일 '부익부빈익빈'을 외치기 바빴으면서도 자기 가정은 지키고자 했던 60~80년대 세대들의 '노동력'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이제는 그렇게 40년을 발전해 온 경제의 틀에서 벗어나 부정부패는 어느 정도 바로잡고 그만큼을 '복지'로 돌려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용어>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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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력이 빛난 'WINTER'S BONE'(2010)

2010. 11. 18. 22:11

미국 | 드라마
감독. 데브라 그래닉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존 혹스, 로렌 스윗처, 셀리 웨거너
영화는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리'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집과 땅을 담보로 한 보석금으로 풀려난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집을 지켜야 하는 '리'는 목숨을 위협받기도 하고 언제나 섬뜩하게만 느끼던 삼촌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영화 자체로 보면 그다지 훌륭하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내용상의 개연상이 많이 부족한 듯싶다- '제니퍼 로렌스 (Jennifer Lawrence)'의 감정 연기, 표정 연기력 만큼은 인정해야 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평점이 높은 이유도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력 때문이다.
촬영은 '제니퍼'의 동생역을 맡은 '애슐리 톰슨(Ashlee Thompson:무명)' 이 실제로 사는 '오자크(미국중부에 위치한 Missouri주의 Ozark고원)' 고원의 민가에서 이루어졌다. '제니퍼'는 역할을 위해 고원의 환경에 익숙해지려고 촬영 1주 전부터 '애슐리'의 집에 묵었는데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은 친해지고 그것을 본 감독이 남동생 둘이 있는 설정을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는 것으로 서둘러 변경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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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울 지하철 승차권과 사라지는 사람들.

2010. 11. 15. 21:27

 

운전을 하게 된 이후로는 지하철을 탈 기회가 적어지는데 근래에 며칠 지하철을 타고 출, 퇴근을 하게 되었다.

오늘 지갑에 카드도 없고 만 원권 지폐 밖에 없어서 천 원권으로 바꾸려고 -1회용 교통카드 발급기가 만 원권을 인식 못할 거라는 생각에- 역무원을 찾는 중이었다. 그런데 역무원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예전 승차권을 구매해야 할 때에는 역에 승차권을 판매하는 곳이 따로 있었고 그 곳에 역무원 2~3명이 있었는데 이제는 판매하는 곳도, 역무원도 사라졌다. 지하철 역사도 드디어 ‘완벽한’ 자동화 시대로 퇴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1회용 교통카드 단말기가 발매만 되지, “취소”는 되질 않는다. 마침 나타난 역무원에게 한 할머니가 다가가 큰일이라도 난 듯이 물어본다.

‘이거, 이거 잘못 끊었는데 어디다 말해야 돼요?’
‘네? 잘못 끊다니요?’
‘잘못해서 손주 주려고 했는데 어른용으로 끊었지 뭐야..’
‘아. 이거 나중에 쓰셔도 돼요, 다시 한 장 끊으시면 될 것 같은데요?’
‘아니야. 이거 취소해줘요’

역무원이 할머니의 카드를 건네받고 1,500원을 드리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이 되었지만 잘못 발매한 승차권은 정말 어디서 취소를 해야 하는 걸까?

나중에 사용해도 된다지만 출발역과 도착지가 다를 경우에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도 있고 요금이 적게 나올 수도 있는데 추가 요금은 역무원에게 지불하면 된다 해도 -분명 개찰구를 나설 때 요금이 초과됐다며 빨간불에 경고음까지 시끄럽게 울릴 게 뻔하다- 적게 나온 요금은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설마, 적게 나온 요금 역무원에게 되돌려 받기 전에는 못나간다며 개찰구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역사에 사람들이 사라졌다. 어디까지 얼마에 가야 하는 것도 대답 없는 기계와 응대를 해야 하고 노인 분들의 경우 자세하게 길을 물어야 하는데 어디 물어볼 곳도, 물어볼 사람도 없다. 외국인의 경우도 멀뚱멀뚱 서서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야 할 노릇이고.

“경로 우대자나 장애인의 경우 신분이 확인되면 1회용 교통 카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지난해부터 보급된 무임승차 카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경로 우대자, 장애인의 무료 승차도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고 온정으로 발급해주면 됐지, 꼭 차디찬 카드로 신분을 확인해야 하는 현실이 차갑게만 느껴진다. 그나저나 역내에 기계들이 판을 치면 실업률도 늘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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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와 여중생의 머리채 잡고 다툼... 또 무너지는 교권.

2010. 11. 12. 20:00

1998년에 여교사가 영어 수업 시간에 잡담을 한다고 여중생(14)을 꾸중하니 이 학생이 여교사(35)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욕설을 퍼붓고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2007년에는 여교사가 머리를 단정히 묶으라는 지시를 왜 따르지 않느냐고 질책하자 못 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여교사는 그런 식으로 배웠냐며 벽을 보고 반성하라고 하자 그 순간 여고생(17)이 달려들어 여교사의 머리채를 쥐고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작년에는 체육수업 중에 여중생(14)이 들어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방해하자 여교사가 "수업이 방해된다."며 학생의 팔을 당겨 잡았는데 이 학생이 'XXX'이라고 욕을 하며 머리채를 잡고 발로 허벅지를 차는 사건이 있었다. 

오늘 순천의 A중학교에서 여교사(55)와 여학생(14)이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사건이 벌어졌다. 국어 담당 여교사는 수업과 무관하게 다른 일에 몰두해 있던 한 여학생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해당 학생의 뒷머리를 때리는 체벌을 가했다. 그러자 해당 학생이 여교사에게 "왜 학생인권을 무시하느냐"며 반발했고 교사와 학생 간에 실랑이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양측이 서로 머리채를 잡는 몸싸움으로 번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이 교사가 폭행이나 폭언을 당한 사건이 문서로 접수된 것만 2009년 한 해 동안 108건이라고 한다. 문제는 폭행·폭언의 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그 횟수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에 학교가 폭행을 당하는 교사가 발생할 때,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교권침해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라고까지 하였다고 하니 그 심각성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차제에 서울시 교육청의 '체벌금지 계획 및 예시안'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본 많은 교사들은 대개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 "탁상행정의 극치"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 계획안이라는 것의 골자는 이렇다. 교실 안에서는 "문제 학생을 교실 뒤로 보내 서서 수업 참여시키기", "잘못을 반성하는 '생각하는 의자'에 앉혀 수업시키기"등이고, 교실 밖에서는 "상담·명상·묵언교육 시키기" 등이라고 한다. 

문제의 학생들은 공부할 시간에 만화책을 보지 말래도 선생님을 폭행하고 종례가 길다고 교실을 박차고 나가는데, 교실 뒤에 서서 수업하게 하거나 '생각하는 의자'에 앉히면 순순히 잘 받아들여 반성할지가 의문이라고 일선의 선생님들은 입을 모은다. '체벌금지' 발표 운운하고 난 뒤에 학교의 현실은 이미 갈 데까지 갔다고 체념하는 선생님도 많다. 수업시간에는 전보다 더욱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고,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면, 무조건 내가 왜 해야 하는지를 따지는 학생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지나가는 학생에게 바닥에 떨어진 휴지 하나를 주우라고 말 건네기가 전보다 훨씬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붉어질 때마다 교육청은 대책 없는 "인권 교육 강화"를 하소연하기에 바쁘다. 얼마 전 강남구자원봉사센터는 10년간의 교육 방사활동을 통해 얻은 교육 안을 1년간 가다듬고 보완하여 '청소년 맞춤형 자원봉사 교재'를 발간했다고 하는데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봉사"활동이다. 부족한 것이 없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아직도 세상에는 그늘진 곳이 많으며 그 곳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덕여고 정상진 교사는 "이런 행사를 통해 아이들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훨씬 많은 것 같다"며 "봉사체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학교 및 가정의 모든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줄 아는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영덕여고는 개교한 이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연 2회 전교생을 대상으로 1000원씩 성금을 모으고 학생회는 이 돈으로 지역 소회계층을 위한 쌀을 준비하거나 독거노인뿐 아니라 장애인 가정, 불우아동가정 등 다양한 이웃들에게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학교 학생회장은 이은혜 학생은 "한 학기에 한 번씩 학생회의 주관 하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모금을 하고 복지관을 통해 독거노인 돕기 쌀 배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참여할 때마다 우리 학교에 이런 봉사활동 전통이 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돼요."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웃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고 마음이 성장하고 있는 것을 느껴요. 특히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넓히는 방법에 대해 다각적인 면에서 고민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나눔이지만 그 온기가 구석구석 퍼져나가 조금이라 따듯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덕여고는 사제지간의 친밀감이 남다르게 돈독하기도 하다.

'매 맞는' 학생들 걱정만 하는 교육청 탓에 '매 맞는' 선생님들이 더 늘어만 갈 형국이다. 교권이 살아야 학생들에게 날개를 달아 줄 텐데 교권이 죽어가니 누가 그들에게 더 높은 곳을 향할 날개를 달아줄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모든 학교에 반강제적인 봉사 활동이 아닌 자발적이고 친근한 봉사 활동 프로그램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참고한 기사>
http://www.kyongbuk.co.kr/main/news/news_content.php?id=506401&news_area=130&news_divide=13008&news_local=&effect=4 http://www.naeil.com/news/Local_ViewNews_n.asp?bulyooid=1&nnum=575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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