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봉 인상. 그들의 금액을 풀어보자.

2010. 11. 27. 22:30

 

연평도 폭격이 있던 날에 국회는 국회의원이 1년간 받는 '세비(수당+입법활동비+기타운영비)'를 올해 1억 1300만 원에서 내년에 1억 1870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2000년 국회의원의 세비가 1억 236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10년이 지난 지금 1천 500만 원 정도가 상승한 것이다. 단순비교해 이 정도지, 이것 저것 따져보면 1천 500만 원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 (최소) 1천 500만 원이 얼마나 엄청난 금액인지 살펴보자.

1. 어지간한 -잘 나가는 직장이 아닌 정말 어지간한- 직장의 연봉은 된다. 우리나라 의원 수가 299명이니 이 돈을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투자한다고 치면 많게는 299명의 청년 일자리는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 이 돈이 어떻게 연봉이 될 수 있을까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을 테지만 우리나라엔 안타깝게도 이만큼의 적은 연봉의 일자리가 -다시 말하면 이 정도의 연봉으로 생활하는 청년들이- 정말 많다.


2. 정부가 실업률 통계 줄인답시고 백방으로 애쓰는 '공공근로사업'에 적용해 보면 이렇다. 공공근로 1개월 월급을 많이 잡아 백만 원이라고 했을 때 3개월(1단계 사업이 3개월) 근무시 3백만 원이다. (15,000,000*299)/3,000,000 으로 계산을 하면 1,495명의 3개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3. 우리나라 사정에 맞는 무상급식을 시행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선진국 사례 따라가려고만 하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으로 보자. 아이들 한 달 밥값을 4만 원으로 봤을 때 (15,000,000*299)/40,000 으로 계산을 하면 112,125명의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다. 이는 초등학교 90개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는 금액이다.


4.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하는데 쓰여도 상당한 금액이다. 연탄 구매 비용으로 따져보면 1장당 500원으로 계산했을 때 8,970,000장을 구매할 수 있다. 한 가정당 한 달 평균 사용하는 연탄은 150장 정도이니 겨울을 4개월로 잡았을 때 약 15,000가구가 겨울 내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 부문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총 45억 정도의 예산을 꼭 국회의원 연봉 인상으로 돌려야 했을까. 지난 3년 간 연봉이 오르지 않았다고 하는데 자, 여기 모인 국회의원 모두 눈을 감고 다음 말에 해당되는 사람은 조용히 눈을 뜨고 국회를 떠나도록 하자.

하나. 자신이 국회의원의 '탈'을 쓰고 1년 동안 발의 건수가 5건 미만인 사람.
둘. 발의 건 중에 입법 통과율이 10% 미만인 사람.
셋. 타인의 발의에 살짝 이름만 올리는 '무임승차'가 잦은 사람.
넷. 1년 동안 민생을 위해 한 일이 10가지가 안되는 사람.
다섯. 1억이 넘는 연봉이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정말정말 작다고 생각되는 사람.
여섯. 내가 왜 국회의원이 되었는지 당당하고 떳떳하지 못한 사람.

 

국회 운영위원회 박기춘 예산결산심소위원장은 "의원 세비가 '차관보' 수준보다 더 낮다"고 인상 배경을 밝혔는데 의원 세비가 위원장이 말한 그들보다 높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혹시 차관보가 국회의원보다 더 열심히 뛰고 있진 않은 것인지 반문해 본다. 아니면 '너희는 우리가 하는 일이 비해 연봉 수준이 높으니 좀 낮춰야겠다.'라는 발상은 정말 하지 못하는 걸까.

 

박기춘 위원장
 

지난 2년간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 가운데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거나 법률을 전부 개정한 경우는 9.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기존 법률을 일부 개정한 것일 뿐이고 전체 발의 법률안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28.9%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엘리트라고 -적어도 민생을 위한 엘리트 중 엘리트라고 스스로 자부했던- 울부짖는 그들이 하는 일 치고는 정말 보잘 것 없다.


2005년 1인당 세부담금은 350만 원, 올 해는 460만 원, 내년엔 490만 원 정도로 늘어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사회복지 부문에 가장 많이 -총 사업비의 28.8%를 차지하는 4조4296억 원- 배분했다는 사실이다. 잘사는 복지 국가를 보면 대체적으로 세부담율이 상당히 크다. 그런데 국민들의 불만도 적다. 국민이 국가에 낸 세금만큼 되돌려 받는 게 더 많다는 의식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국회의원들 좀 더 배불려 주려고 국민들 세금 늘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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