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교내 폭력도 '인성교육 시급하다'고 논할텐가.
- 불판 속에서 뒹굴지도 못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
부모님, 선생님, 아이들. 그리고 언론.
이들 모두에게서 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인성(人性)’이다. 아이들 돌보는 부모(가정)는 찾아보기가 힘들고 오늘날의 젊은 선생님이라 하면 그런 부모들에게서 자란 아이들이고, 언론이 ‘사회’를 걱정하며 기사를 쓴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다. 인성 교육이라는 것을 꼭 아이들에게서만 찾아야 한다면 그건 '어른'으로써의 책임 회피 밖엔 되질 않는다. 고기는 뒤집지 않으면 불을 끄기 전에는 타버리기 마련이다. 그럼 선택은 두 가지다. 고기가 타기 전에 뒤집거나 불을 꺼버리거나. 그걸 해야할 역할이 부모요, 선생이요, 언론이다. 그런데 지금의 그들은 고기를 뒤집지도 않고 불을 끌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런 불판 속에서 뒹굴지도 못하고 있는 게 우리 아이들이다. 곧 우리의 미래다.
1996년 <손자를 천재로 만드셨다면서요>를 펴낸 강봉수 할머니의 조언을 보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대차이라는 말도 있지만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무슨 말을 하는가보다 얼마나 서로 잘 들어주는가죠. 관심사는 달라도 그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아이들은 제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서로를 이해했지요.” 대화라는 게 입으로 통해 전달되는 ‘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무엇인지 깨우쳐야 하는 게 바로 우리 부모님과 선생님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과제다.
- 나눠 피는 우정보다 함께 끊는 우정?
- 그 이후부터 담임선생님이 절 사람취급 안합니다.
2004년, 한 학생의 호소문을 보면,
2007년, 어느 공부 못하는 고3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2009년, 한 학생의 말을 보면,
- "선생님이랑 관련된 훈훈한 기사 한개만 찾아주세요"
지난달에 어느 학생이 "선생님이랑 관련된 훈훈한 기사 한개만 찾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아무리 찾아도 30대여교사랑 15살인가 둘이 성행위 했다는 둥 엄기준이 선생님역 한다고 했던가 그런 것만 나와요. 왜 선생님이랑 관련된 훈훈한 기사 한 개가 없는 거죠? 제발 찾아주세요." 마찬가지로 학교에 대한 아이들의 훈훈한 기사도 쉽게 찾아보질 못한다. 사실 언론이라면 체벌이 “문제”가 된 경우보다 체벌이 “약”이 된 경우도 찾아볼 수 있을 텐데 그런 건 궁금하지가 않은 것인지, 아님 그런 기사를 쓸 생각을 미처 못하는 건가.
- "우리는 김진덕 선생님에게 계속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분명 우리나라 어딘가에는 체벌을 하든 안하든 “존경받는 선생님”이 없을 리 만무한 일인데 그들에 대한 이야기만 풀어줘도 교육 환경은 십분 달라진다. 아래는 올 해 6월에 있었던 일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노동당에 후원금 등을 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파면·해임하기로 한 가운데 부산 사상구 모라중에 재학 중인 정다희(15) 양 등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은 사회교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김진덕 교사의 해임을 반대하는 서명서와 '우리는 김진덕 선생님에게 계속 배우고 싶습니다'는 제목의 탄원서를 교육과학기술부와 부산시교육청에 제출했다.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subSectionId=1010010000&newsId=20100607000114
작년 이 맘때의 기사도 찾아보자. 이 기사에 나오는 ‘드림키즈 오케스트라’가 이틀 전, 제2회 연주를 마쳤다.
‘드림키즈 오케스트라’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아동에게 음악을 매개로 빈곤이 감성의 소외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역사회 시민들이 악기기부, 악기지도 자원봉사 등 다양한 역할을 함께 나누며, 아동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키는 '희망 나눔' 운동으로 시작됐다.
“초등학교 5학년인 박진(가명·11) 군은 흔히 말하는 ‘문제아’였다. 어린 나이에도 입에서는 욕설이 끊이지 않았다. 가족은 물론이고 학교조차 박 군의 거친 행동을 말리지 못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가출한 뒤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박 군은 또래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늘 혼자였다. 오랜 기간 박 군의 마음속에는 외로움와 열등감이 자랐고, 이것이 폭력과 폭언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족도 학교도 포기했던 박 군이 18일 한 클래식 음악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변신한다. 천방지축이었던 박 군이 클래식 연주자가 된 것이다.”
http://blog.naver.com/hy504582?Redirect=Log&logNo=70099236129
위 두 가지 내용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오늘 연타석 안타를 날린 교내 폭력 뉴스 2건은 그 내용의 비참함에 앞서 ‘언론의 비참함’을 먼저 보여주는 꼴이다. 내용의 ‘사실’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면 그는 ‘언론인’으로써의 자격부터가 없는 사람이다. 요즘 사회는 언론이 인성 교육의 현장일 수도 있고 언론인이 인성 교육의 중심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듣는 데 익숙하지 않고 보는 데 더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 '노모'는 '보모'다?
매번, 매년 교내 폭력 뉴스가 나오면 바늘에 실 따라가듯 나오는 말이 ‘인성교육 시급하다’라는 말이다. 부모가 가정에 없고, 그런 가정에 아이들이 있으면 어떻게 인성 교육이 될까 싶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들을 부모의 노모가 키우는 가정이 많아지더니 이젠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노모는 월급을 받으며 보모처럼 아이들을 키우다가 월급이 적다고 자식들과 싸우는 글도 간혹 보게 된다. 부족한 인성 교육도 되물림 되는 세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아이들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도 그렇고. 이런 사회가, 국가가 인성 교육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