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고개를 든 '비닐봉투 사용제한' 논쟁.
또 다시 고개를 든 '비닐봉투 사용제한'에 대해 알아보자. (연합뉴스)
지금의 폐비닐봉투가 문제가 되는 것은 오랫동안 썩지 않아 토양을 황폐화하고 매립지의 안정화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소각할 때는 대기 중에 다이옥신 등 맹독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데 이것은 발암성 물질이며 환경호르몬 물질로도 지목되고 있다. 1990년부터 거의 매년 나오는 반복되는 이야기다.
1990년에는 "1회용 비닐 제품 추방 운동" 이 확산되었다. 1991년에는 주부들이 앞장서 "비닐봉투 사용하지 맙시다." 라고 외치며 재래식 장바구니 쓰기 운동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부산 시는 시 정책으로 "썩는 비닐봉투" 5만매를 제작해 보급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슈퍼마켓협동조합에서 직접 "썩는 비닐봉투"를 협력 제작하는 방식으로 하루 1백만 장씩 공급키로 했다. 이를 개발한 강혜정씨는 "오는 94년까지는 실용화할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할 계획입니다" 라고 밝혔지만 '썩는 비닐봉투'가 대중화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같은 해 비닐제조업체였던 '강남산업'도 가정용 '썩는 비닐 봉투'를 개발했지만 일반 비닐 봉투에 비해 제작단가가 높아 실용화는 하지 못한 것으로 보도된다.
1997년에는 포장용 비닐봉투 허위광고로 20곳 이상이 시정령을 받았다. 공정위는 22개 업체가 사용하는 비닐봉투의 환경 표시 광고를 심사한 결과 사실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난 20개 회사에 대해 시정조치를 취했다. 대부분의 업체에서 '광분해 소재, 원료수지 등을 사용합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해 마치 광분해성 봉투인 것처럼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봉투의 신장률(끊어질 때까지 늘릴 때 늘어나는 비율)이 128%~450%로 매우 높아 광분해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 5%를 크게 넘어섰다. 또, 일부 백화점에서는 종이봉투 3장을 모아오면 재생화장지로 바꿔준다는 환경행사를 펼쳤는데 이 또한 시행 된지 얼마 안돼서 슬그머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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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에 처음 1회용 봉투와 쇼핑백의 유상판매 또는 환불제가 실시됐다. 비닐봉투는 20~50원, 종이 쇼핑봉투는 50~100원에 판매하고 소비자들이 되가져오면 판매금액을 돌려주는 환불해주는 방식이다. E마트 측에 따르면 비닐봉투를 유료 판매하기 시작한 후부터 비닐 봉투 사용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봉투를 되가져와 환불해가는 회수율도 초기에는 5%정도에 그쳤으나 나중에는 30%까지 높아져 하루 2만장 정도가 회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쳤지만 말이다.
또한 1999년에 올 해와 똑같은 제도도 시행되었었다.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대형서점에서 1회용 비닐봉투를 나눠주지 말고 고객들이 직접 장바구니를 가져오거나 종이 쇼핑백을 판매하는 제도다. 당시 장바구니 생산 업체였던 '니나무역'은 4억 원의 매출을, '영일무역'은 매출이 30%나 늘었다. 반면 비닐봉투 및 종이봉투 생산업체인 '한국제대'와 '금풍실업'은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 매출 격감에 한숨을 내쉰다는 보도도 있었다. 물론 이 제도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쳐 언제부턴가 다시 비닐 봉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위와 같이 비슷한 제도가 매년 또는 해거리로 이야기되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 필요한 건 '비닐봉투'요 시급한 것은 '썩는 비닐봉투'의 개발인 것으로 회귀한다. 아마 올 해 연말쯤이면 대형마트에서 비닐 봉투가 언제 그랬냐며 모습을 보일 지 모를 일이다.
작년 제지업체인 '한창제지'에서 자연분해 친환경 비닐봉투가 첫 수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독자기술로 개발한 이 봉투는 100% 썩는 친환경 비닐봉투다. 친환경 봉투는 롤백 형태(폭 40㎝×길이 20m)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비닐봉투(저밀도 폴리에틸렌이 주원료)에 비해 약 3.5배 정도 비싼 편이다. 이에 앞서 2004년에도 친환경제품 생산업체인 '이푸른생활'은 유럽지역에 스키복 포장용 썩는 비닐봉투를 개발해 수출한 바 있다. 올 해 9월에는 'SMT KOREA'라는 중소기업에서 돌로 만든 봉투를 개발하여 현재 환경시험 승인 중에 있다고 한다.
자연과 인체에 무해한 썩는 봉투는 세계적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사용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실제 프랑스는 모든 봉투를 생분해 수지를 사용한 제품으로 전량 대체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입법 추진을 한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비닐봉투를 쓰지 않고 종이봉투를 쓰는 것을 장려하는 정책도 바람직하지만 그보다 20년 넘게 번복되는 제도의 시행보다는 근본적으로 '썩는 비닐봉투'에 관심이 있는 위와 같은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그것이 일상에 틀이 박힐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92년 '강남산업'의 경우도 정부의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때 실질적인 지원이 있었다면 일찌기 "썩는 비닐" 로 세계를 놀라게 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