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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자살. 이제 미래로 가는 고려장이다.

2010. 12. 13. 19:05

문호(文豪) 괴테는 81세가 되던 어느 날 자신으로부터 멀어져가는 가족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들이고자 모든 식품 창고와 식기찬장의 열쇠를 자신의 베개 속에 숨겨두었다 한다. 그 열쇠를 얻기 위해 끼니때마다 찾아오는 가족들과 어울림으로써 공포에 가까운 고독을 발산시키려는 발악적인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 가족과 더불어 있는 시간을 연장시키고자 그날그날 먹는 빵을 낱낱이 저울질해서 내주었다 하니 눈물겹기만 하다. 노인에게 있어 마지막까지 남는 최후의 욕망은 누군가하고 같이 있고 싶다는 것이다.

'가족'도 사라지고 '소통'도 사라진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블로거, 트위터, 페이스북 등등을 통한 소통의 길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게 소통인가. 어느 누군가의 밥벌이에 다들 숟가락만 얹고 밥 달라고 밥상 두드리는 꼬락서니에 불과한 것이지. 그런 '소음'을 우리는 '소통'이라고 한다. 이 추운 겨울날 찬바람이 부는 걸 느끼는 사람보다 블로거, 트위터, 페이스북에 갇혀 찬바람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 현대판 고려장인가,
-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려장인가.

'카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죽은 자를 저승까지 안내하는 뱃사공인데 망자(亡人)는 그에게 동전 한 닢을 건네줘야 저승까지 안내를 해준다. 일종의 통행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망자의 관 안에 노잣돈이나 짚신 한 켤레를 넣어주는 풍습과 같은 것이다.

어제 부산 중구 동광동의 한 다가구 주택에 살던 A씨(70)가 숨진 지 며칠 만에 집주인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에게 카론에게 건네줄 동전 한 닢이나 황천길 갈 노잣돈을 건네줄 가족이나 있을지 걱정스럽다.

<우리나라 1960년대부터 매년 나오는 기사들>
외로운 할머니 자살 / 혼자 살던 팔순노인 사망 15일 만에 발견 / 우울한 어버이날 외로운 할머니 투신자살 / 혼자 살던 70대 노인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 / 혼자 살다 숨진 할머니 1주일 만에 또 발견 / 혼자 살던 70대 노인 사망 한 달 만에 발견 / 심장질환 노인 아파트에서 죽은 지 20일 만에 발견 / 어버이날 80대 노모 "자식 짐 되기 싫다" 자살 숨진 채 발견 /  60세 이상 자살률 10년 전의 3배(1999) / 노인 하루 7명꼴 자살(2003) / 투병노인 투신자살 잇따라 / ....

- 기사에 실린 모든 망자들이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었다.

우리나라는 반세기만에 굉장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1960년대 저 위에 기사에 실린 모든 망자들이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었다. 그 시대에 땀 흘리고 피똥 싸면서 지저분한 일, 더러운 일 모두 묵묵히 해낸 훌륭한 젊은이들이었던 것이다. 딱 지금의 우리 아버지 세대까지 말이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세상에서 소외당하고 언제 임종하였는지도 모른 채 차가운 방바닥에 방치되는 현실이 너무 매섭고 차갑고 무섭다.

옛날 고종 황제의 밀사 노릇까지 했던 미국인 헐버트(Homer Bezaleel Helbert)는 '이 세상에서 관습적인 노인 복지가 가장 완벽하게 된 나라....조선'이라 했고, 미국 공사를 역임한 샌즈의 회고록에도 "나의 노년을 위해 조선 땅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 했으며, 최초의 선교 의사인 앨런도 '노인(老人)과 망인(亡人) 사이가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어 이 세상에서 가장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 즐거운 노인 천국'이라고 극찬하였다.

자,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가 말하는 '소통', '경제발전'이라는 것이 미래발전을 위한 것인가. 미래판 고려장을 위한 것인가. 반세기동안 이만큼 달려온 그들이라면 이제 좀 편히 쉬게 놓아줄 때도 되지 않았나. '복지'라는 말이 사라져버리기 전에..... 그들의 삶은 고사하고 영혼만이라도 편히 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개그 프로의 대사가 생각난다. "할 거 다 하고 살면 소는 누가 키울건데 소는..."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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