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자살. 이제 미래로 가는 고려장이다.
'가족'도 사라지고 '소통'도 사라진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블로거, 트위터, 페이스북 등등을 통한 소통의 길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게 소통인가. 어느 누군가의 밥벌이에 다들 숟가락만 얹고 밥 달라고 밥상 두드리는 꼬락서니에 불과한 것이지. 그런 '소음'을 우리는 '소통'이라고 한다. 이 추운 겨울날 찬바람이 부는 걸 느끼는 사람보다 블로거, 트위터, 페이스북에 갇혀 찬바람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 현대판 고려장인가,
-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려장인가.
'카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죽은 자를 저승까지 안내하는 뱃사공인데 망자(亡人)는 그에게 동전 한 닢을 건네줘야 저승까지 안내를 해준다. 일종의 통행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망자의 관 안에 노잣돈이나 짚신 한 켤레를 넣어주는 풍습과 같은 것이다.
어제 부산 중구 동광동의 한 다가구 주택에 살던 A씨(70)가 숨진 지 며칠 만에 집주인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에게 카론에게 건네줄 동전 한 닢이나 황천길 갈 노잣돈을 건네줄 가족이나 있을지 걱정스럽다.
외로운 할머니 자살 / 혼자 살던 팔순노인 사망 15일 만에 발견 / 우울한 어버이날 외로운 할머니 투신자살 / 혼자 살던 70대 노인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 / 혼자 살다 숨진 할머니 1주일 만에 또 발견 / 혼자 살던 70대 노인 사망 한 달 만에 발견 / 심장질환 노인 아파트에서 죽은 지 20일 만에 발견 / 어버이날 80대 노모 "자식 짐 되기 싫다" 자살 숨진 채 발견 / 60세 이상 자살률 10년 전의 3배(1999) / 노인 하루 7명꼴 자살(2003) / 투병노인 투신자살 잇따라 / ....
- 기사에 실린 모든 망자들이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었다.
우리나라는 반세기만에 굉장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1960년대 저 위에 기사에 실린 모든 망자들이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었다. 그 시대에 땀 흘리고 피똥 싸면서 지저분한 일, 더러운 일 모두 묵묵히 해낸 훌륭한 젊은이들이었던 것이다. 딱 지금의 우리 아버지 세대까지 말이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세상에서 소외당하고 언제 임종하였는지도 모른 채 차가운 방바닥에 방치되는 현실이 너무 매섭고 차갑고 무섭다.
옛날 고종 황제의 밀사 노릇까지 했던 미국인 헐버트(Homer Bezaleel Helbert)는 '이 세상에서 관습적인 노인 복지가 가장 완벽하게 된 나라....조선'이라 했고, 미국 공사를 역임한 샌즈의 회고록에도 "나의 노년을 위해 조선 땅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 했으며, 최초의 선교 의사인 앨런도 '노인(老人)과 망인(亡人) 사이가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어 이 세상에서 가장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 즐거운 노인 천국'이라고 극찬하였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소통', '경제발전'이라는 것이 미래발전을 위한 것인가. 미래판 고려장을 위한 것인가. 반세기동안 이만큼 달려온 그들이라면 이제 좀 편히 쉬게 놓아줄 때도 되지 않았나. '복지'라는 말이 사라져버리기 전에..... 그들의 삶은 고사하고 영혼만이라도 편히 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개그 프로의 대사가 생각난다. "할 거 다 하고 살면 소는 누가 키울건데 소는..."이라는.